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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선덜랜드 원정을 마친 기성용에겐 칭찬 세례가 가득했다. 교체 이후 이렇게 좋은 평을 받았던 건 스완지의 캐피탈원컵 4강전을 이끌었던 미들스브로전에 이어 두 번째. 도중에 들어온 선수가 경기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여기에 흐름까지 바꿨다는 평을 들었으니 선수 개인에겐 꽤 의미 있는 경기였을 것이란 생각이다. 현지에서 받은 호평,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기성용의 빈자리를 데 구즈만-브리턴으로 채운 스완지의 플레이는 새벽잠을 모두 달아나게 할 만큼 대단했다. 경기 도중 제공된 통계에 의하면 전반 중반 선덜랜드가 단 1개의 슈팅에 그치는 동안 스완지는 무려 8개를 퍼부었을 정도. 또, 스완지의 티키타카 스타일이 진하게 스며든 전반전은 6~7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팀들과의 맞대결을 거치는 동안 후방으로 움츠러들었다가 뒷공간을 치려는, 다소 '현실적'인 선택을 해왔던 스완지가 그들만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한 것이다.
꺾인 흐름 재차 살려놓은 기성용의 존재감.
흐름은 확연히 바뀌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오래 보지 않아도 그 효과는 두드러졌다. 미추를 비롯해 적진에 들어가 있는 공격진들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양질의 패스가 보급될 필요가 있었고, 그 보급로를 닦는 역할을 기성용이 잘해냈다. 볼을 안정적으로 점유해 전진 패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이 선수의 투입은 스완지다운 모습으로 회귀하는 데 불을 붙였다. 특히 벤 데이비스의 왼쪽을 여는 패스를 통해 상대 오른쪽 측면 수비 가드너를 바깥으로 끌어내며 중앙-측면의 원활한 통행을 도왔고, 깨알같은 중거리포를 통해 끊겨가던 슈팅의 맥을 재차 이었다.
'호평'이 '극찬'으로, 욕심을 내 볼 때이기도.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하지만, 다소간의 아쉬움을 남긴 부분도 있었다. 기성용 개인이 갖고 있는 '스타일',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심해질 '체력', 그리고 이제 새로운 리그에서의 '첫 시즌'이라는 점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차원에서는 욕심을 내 볼 법도 하다. 갈증이 생긴 부분은 아무래도 공-수 양면에서 '기동력'을 통한 활력까지는 불어넣지 못했다는 점. 선더랜드전에 나선 이 선수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만큼 조심스럽긴 하나, 선발에 비해 교체 자원이 갖는 메리트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부지런히 뒷공간을 커버해주는 브리턴이 있을 땐 괜찮지만, 팀 사정상 데 구즈만과 짝을 이뤘을 때엔 수비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타일 상 뛰어난 예측 능력으로 수비의 맥을 짚고 공간을 선점하는 데 땀을 쏟아야겠지만, 조금 더 활발히 뛰어줄 수 있을 때의 메리트도 기대 이상으로 크다. 중원을 씹어먹는 전투력이 아니라 활동 반경을 살짝만 더 넓혀줘도 막판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공격진의 압박 강도에 보탬이 될 수 있었을 터. 이를 통해 보다 높은 선에서 볼 탈취한 뒤, 줄기차게 올라가 패스 루트를 형성했다면 공격의 기회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늦게 들어와 남들보다 힘이 남아있었기에 기대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토요일 밤 12시에 열릴 웨스트햄전에서는 '호평'이 '극찬'이 되는 플레이를 기대해 봐도 될까. 큰 고비였던 1월을 넘어 이제 리그에서의 승점 쌓기에 돌입할 스완지를 위해선 이 선수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잘하고 있는 지금도 좋은데, 더 잘해서 나쁠 것도 없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