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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부 리그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에서 2-4 충격 패를 당한 레드냅 감독은 한 개그 프로의 등장인물을 연상시켰다. 경기 후 그는 "화가 난다"를 연이어 내뱉는 '앵그리' 레드냅이 됐는데, 문제는 앞으로 '화가 날' 일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번 주중 맨시티를 만난 뒤 노리치를 거쳐 스완지-맨유를 연이어 상대해야 하는 2월 일정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팀 내 태극전사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나 상황에서 높은 산에 직면한 QPR의 앞길에 케이블카라도 놔주고 싶을 정도지만, 차곡차곡 승점을 쌓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도 없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QPR 입장에선 사치스러운 고민으로 비칠 수 있으나, 원정팀 맨시티도 홈 팀 못지않게 바라는 게 많다. 지난 시즌 그들이 눈부신 우승컵을 들어 올리던 당시 음지에서 이를 갈았을 이웃 맨유가 올 시즌엔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엔 유로파리그행 티켓도 거머쥐지 못한,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예선 탈락의 수모를 EPL 2연패를 통해 씻으려는 의지는 맨유 따라잡기에 불을 붙였다. 공교롭게도 QPR-맨시티 모두 바로 따라잡아야 할 맨유, 위건과의 승점 차가 5점. 곧, 목표 달성을 위해선 이번 경기에서의 승점 3점 획득이 필수다.
'브레이크 vs 가속 페달'. 두 팀의 최근 맨시티전 앞둔 레드냅 '화가 난다'?추세는?
더욱이 레드냅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화가 난' 모습을 감추질 않았음도 짚어볼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골키퍼, 맨유에서 온 파비우와 박지성, 레알 마드리드에서 온 에스테반 그라네로가 뛰고 있다. 내 방에 찾아와 출전 기회를 달라던 그들을 내세웠지만, 기회를 날려버렸다. 우리는 당연히 3부 리그 팀을 상대로 승리해야 했다"는 것.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까지 소속팀 선수를 비판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 만큼, 어쩌면 정신력 제고의 차원을 뛰어넘은 건 아닐까 싶다. 성적 상으로는 '잠깐'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위기는 '크게' 주춤한 QPR이다.
반면 선두를 노리는 맨시티의 동기부여는 FA컵 포함 최근 6연승, 파죽지세의 성적으로 잘 나타난다. 기록 면도 탄탄하다. 23라운드까지의 실점은 19점, EPL 20개 팀 중 유일하게 10점대를 유지하며 경기당 한 골도 내주지 않는 모습이다. 최소 실점 차순위 에버튼이 26실점, 리그 1위 맨유가 30실점이었으니 이만하면 맨시티만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100%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라는 평도 따르고 있으나, 우려했던 야야 투레의 네이션스컵 차출을 감안하면 그 빈공간을 어느 정도는 잘 메워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3무 3패로 조별 예선에서 일정을 마친 유럽 대항전과는 달리 자국 무대에서만큼은 탄탄한 성적이다.
'강팀 상대로 괜찮았다?' QPR이 잡고 있는 지푸라기.
이만하면 QPR에 희망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허우적대는 그들이 쥐고 있는 지푸라기도 있다. 2승 9무 12패의 성적으로 승점 15점을 얻는 데 그친 이 팀의 승점 내역을 들여다보면 꽤 흥미롭다. 우선 2승 중 두 번째 승리의 제물로 삼았던 첼시를 상대로는 올 시즌 1승 1무를 거둬 무려 4점이나 거두었다. 첼시가 시즌 초반 엄청난 기세를 뽐내던 중에 맞붙은 첫 번째 대결, 그리고 베니테즈 감독 부임 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 치른 두 번째 대결 모두 QPR은 브레이크 노릇을 톡톡히 했다.
나머지 9점을 기부한 대상을 순위으로 나열하면 토트넘(1점), 에버튼(1점), 노리치(1점), 풀럼(3점), 레딩(1점). 특히 토트넘과 에버튼의 경우 상위권에서 안정적인 시즌을 보내왔던 만큼 첼시 못지않게 어려운 상대였는데, 이들에게서 귀중한 승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맨시티와 만나 3-1로 패한 QPR이지만, 아주 아주 약간의 희망도 가져봄 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팀의 승부는 30일 수요일 새벽 4시 45분에 확인할 수 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