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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태환이 인기가 많이 죽었나 봅니다."
기업의 논리는 승부의 세계보다 더 냉정하다. 박태환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도전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후원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주판알을 튕겼을 것이다. 런던에서 실격 해프닝속에 쑨양에 밀려 은메달을 땄다. 선수로서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4년-70억원이라는 SK텔레콤의 기존 투자금액에 기가 질렸을 수도 있다. 수영에만 올인해도 모자란데 학업과의 병행을 선언한 것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말도 들린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손익계산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박태환'이라는 선수를 단순한 기업논리, 상품성으로만 평가하는 시선은 안타깝다. '박태환'이라는 이름 석자가 대한민국 스포츠사에서 갖는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지닌 스토리, 그가 펼쳐갈 미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판정종목이 아닌 기록종목 '수영'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유일한, 전무후무한 '월드스타'다. 자신보다 키가 20㎝ 이상 큰 해켓, 쑨양, 비더만 등 세계적 에이스들을 '폭풍 스트로크'로 제압했다. '베이징 대역전극' '광저우 부활 드라마' '상하이 1번 레인의 기적' '런던 실격 해프닝' 등 생생한 스포츠 스토리에 전국민이 울고 웃었다. 4분의 레이스를 보기 위해 전국민이 새벽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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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중국이 쑨양에게 투자한 돈은 20억원이 넘는다. 쑨양과 전담 코치, 훈련 파트너 등 '쑨양 팀'의 해외전훈 비용은 1000만 위안(약 17억원) 이상이다. 지난 12월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은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을 싼타페 CF 모델로 선택했다. 중국 현지 마케팅에 가장 적합한 스포츠스타로 쑨양을 택했다.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태환의 외로운 현상황과 오버랩되면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현대차는 올겨울 박태환에게 본사 사원 수영장을 제공하며 국내훈련을 지원했다. 쑨양은 이미 새시즌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기록종목은 정직하다. 결과만 바라서는 안된다. 좋은 과정 없이 좋은 결과는 없다.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에, 학업과 병행하기 때문에 지원 못한다'가 아니라, 그럴수록 더욱 집중적이고 효율적, 체계적인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못하겠다면, 대한수영연맹,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닥쳐서 하면 늦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