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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축구협회장 선거, 정말 한심합니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2-12-26 09:48


차기 회장 불출마를 선언한 현 조중연 축구협회장.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국민들께서도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당선인께서 국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박수를 쳐줬다. 패배를 인정했다. 상생의 정치를 부탁했다.

진심이 느껴진다. 본 기자는 평소 문 후보에게서 '진실성'을 엿볼 수 있었다. '괜찮은 정치인'으로 생각했다. 그의 진심을 박근혜 당선인도 잘 알 것이다. 국민 통합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여느 때보다 네거티브 싸움은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 분열은 어느 때보다 심했던 것 같다. 진보와 보수, 2030대 세대와 5060세대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

선거 후에 후유증은 더 큰 듯 하다. 상대를 향한 비방이 그치질 않는다. 봉합이 쉽지 않은 문제다. 정말 상생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그런데 더 난잡해 질 것 같은 판이 있다. 벌써 과열조짐이 보인다. 내년 1월에 있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그렇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한다. 여권과 야권의 세대결이 박빙이란다. MJ(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계의 기득권, 그리고 교체를 외치는 재야세력의 싸움이다. 과연 '정권'이 교체될까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연이은 실정으로 악수를 둔 축구협회에 대한 축구계의 민심을 볼 수 있는 판이라는 시각도 있다. 축구협회장은 16명의 시·도축구협회장과 8명의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을 합쳐 24명이 투표로 뽑는다.

그런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비방과 흑색선전, 모함과 불법이 난무한다. 공정선거는 벌써 물건너 간 듯 하다.


얼마전 있었던 여자축구연맹회장 선거부터 그렇다. 지난 14일 선거에서 오규상 전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투표에 참가한 대의원 15명(총 대의원 24명)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 상대는 문상모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이었다.

하지만 축하보다 부정선거 논란이 먼저 불거졌다. 후보 등록을 위한 추천서 위조 문제부터 터졌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선출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오 회장 측에서 입맛대로 선거를 치른다는 문 후보즉의 비판이 나왔다. 선거 당일도 순탄치 않았다. 문 후보는 대의원 신원 확인 절차 등 선거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주장했다. "대의원 명부와 실제 총회에서 투표한 사람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측 참관인 입회 하에 투표자 신원 대조와 명단 공개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측은 즉각 반박했다. 오히려 문 후보측이 대의원의 총회 참석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서울시축구협회 선거도 시끄럽다. 이번에는 후보 부정등록 문제가 불거졌다. 변일우 현 회장의 갑작스런 변심이 발단이다.

당초 변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협회의 몇몇 임원들이 재야 축구인 최재익 로얄 축구단 단장을 후보로 추대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18일 오후 3시까지 단독 후보였다. 투표 절차없이 대의원 인준만 남은 셈이었다.

그런데 변 회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다. 등록 마감시간이 지난 뒤 기탁금 3000만원을 입금했다. 오후 4시쯤에는 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했다. 원칙은 없었다. 약속은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누구나 예상하듯 대의원 표 확보를 위한 '선거개입' 냄새가 난다. 일단 서울시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변 회장이 후보자격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갈수록 A매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K-리그도 변환기를 맞고 있다. 어느 때보다 축구계의 화합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 뿐이다. 과연 축구계의 지지를 받는 수장이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깨끗하게 좀 하자. 어느 쪽이 되든, 패배를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판이 필요하다. 이렇듯 흘러간다면 돌아오는 건 분열 뿐이다. 상처 뿐인 패자만 남을 뿐이다.

우리네 국민들은 정치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신뢰가 없는 탓이다. 축구판은 정치판이 아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건 하지 말자. 이런 말이 문뜩 생각난다. "그렇게 되고 나면 뭐 하겠노~."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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