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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 좋은 상황이었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성남이 좋은 상황이었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성남 레전드로서 '최종 종착지'로 성남 감독을 꿈꾼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산에서 여전히 '과정 중'에 있었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기에, 가장 마지막에 친정팀에 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찾는 친정팀의 러브콜을 거절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자신을 아껴준 부산 팬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정말 죄송하다. 더 어려운 쪽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성남에서 뛰면서 리그 3연패(1993~1995년)를 이뤄냈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시즌 동안 성남 코치로서 3연패(2001~2003년)를 이끌었다. 서울 수석코치, 부산 감독 등의 단계를 밟으며 K-리그에서 체계적인 지도자 수업을 거쳤다. 성남 고위층은 코치 시절 안 감독의 성실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방에서 단 한번도 누워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늘 꼿꼿한 자세로 앉아 축구전술책, 영어책을 읽거나 비디오 분석을 하고 있었다. 코치 시절 광양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도 원어민 교사를 불러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호감을 드러냈다. 지난 2년간 부산에서 동고동락했던 김인완 대전 감독 역시 "감독님이 누운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안 감독은 "누워 있을 시간이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숙소에서 선수보다 늦게 잠들고, 먼저 눈뜨는 것을 철칙 삼았다. "선수시절 85㎏이던 몸무게가 79㎏으로 줄었다. 잘 시간이 없다"고 했다.
안 감독은 17일 부산 구단을 찾는다. 2년간 정들었던 선수단 및 구단 관계자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18일 오전 성남 선수단과 상견례를 마친 직후 열흘간 목포 전지훈련을 떠난다. 감독 선임과 함께 신인선수 11명을 포함한 전선수들의 경기력을 면밀히 평가한다. 연내에 코치진을 선임하고, 내년 시즌 및 스쿼드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갈길이 바쁘다. "부담감도 크고, 막막하기도 하죠. 하지만 문제를 찾아내고 장점을 키워내면서 팀을 리빌딩해낼 겁니다. 부지런함으로 때워야죠"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