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최하위 전남의 지휘봉을 잡은 뒤 반전을 이뤄낸 하석주 전남 감독. 시즌 막판 10경기 연속 무패행진(5승5무)으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강등 탈출이 확정되자 하 감독은 앓아 누웠다. 극심한 긴장 속에 살아온 지난 4개월, 버텨준 몸이 신기할 정도다. 몸무게는 7㎏이나 빠졌다. 강등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당초 하 감독은 전남 지휘봉을 잡으면서 계약과 관련된 부분은 구단에 위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일단 잔여시즌까지 팀을 맡기로 했다. 올시즌 결과에 따라 재계약을 논의할 것이다. 강등이 된다면 나도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전남의 강등 탈출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하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주변의 만류도 모두 뿌리쳤다. 11경기 연속 무승행진으로 최하위였던 전남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못했다. 자칫 전남이 강등된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처지였다. 그러나 하 감독은 '삶의 모토'인 도전을 즐겼다.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전남의 기적같은 잔류를 이끌었다.
관건은 계약 기간이다. 감독이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2년에서 3년은 필요하다. 장기 계약만이 팀 안정화의 지름길이다. 다만 최근 여건이 좋지 않다. 승강제의 도입으로 감독의 입지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또 전남이 기업구단이긴 하지만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 악화로 지원이 예전만큼 든든하지 못하다. 하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요즘 감독들은 장기 계약이 없는 것 같다. 승강제가 시작되면서 6개월 만에도 경질될 수 있는게 감독 목숨이다. 장기 계약을 바라지만 구단 의견도 충분히 들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존심일 수 있는 연봉에 대해서는 "구단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큰 욕심은 없단다.
2012년 전남의 반전드라마를 연출한 하 감독이다. 잔류를 이끈 공로로 장기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전남의 선택이 주목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