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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 은퇴 선언 왜, 그가 걸어온 마법의 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08:17


◇올해 K-리그 올스타전에서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다섯 살이 많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71)의 신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최근 "맨유라는 구단은 더 많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수집해야 한다. 나 역시 다시 우승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바이에른 뮌헨(독일), 아약스(네덜란드·이상 4회), 리버풀(잉글랜드·5회)을 넘어서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9회), AC밀란(이탈리아·7회)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것 역시 나를 자극한다"고 했다. 맨유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3회 우승했다. 맨유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에는 최근 2.7m 높이의 퍼거슨 감독 동상이 세워졌다. 그는 멈출 의향이 없다.

반면 또 한 명의 세계적인 명장은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연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66)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프로팀인 안지 마하치칼라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28일(한국시각) 네덜란드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 66세이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안지에 왔을 때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며 "물론 아직도 매일 필드에 설 때마다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두고 '저 사람이 아직도 있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안지가 감독으로서 맡는 마지막 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욕의 세월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1987년 PSV 에인트호번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트레블(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히딩크 마법'이 시작됐다. 터키 페네르바체, 스페인 발렌시아를 거친 그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올랐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1998~1999년), 레알 베티스(2000년)를 경유해 그가 선택한 팀은 한국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축구 변방인 아시아의 한국에 기적을 선물했다. 4강행을 이끌었고, 박지성(QPR) 이영표(밴쿠버) 등 유럽파를 배출했다.

이후 PSV로 다시 돌아간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호주대표팀 감독을 겸임했다.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사상 첫 16강 진출의 환희를 다시 그렸다. 도전은 계속됐다. 무대를 러시아대표팀으로 옮겼다. 유로 2008에서 강호의 벽을 뚫고 4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2009년에는 러시아를 이끄는 도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지휘봉을 잡아 FA컵 우승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터키 축구의 수장이 됐지만 유로 2012 예선에서 탈락했다.

안지는 마지막 도전이었고, 자존심을 세웠다. 안지는 유로파리그에서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선 CSKA 모스크바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 갈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별을 선택했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더 욕심을 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으나 축구계에 남아 있을 계획이다. 그는 "어린 선수나 젊은 지도자들에게 조언과 가르침을 주는 고문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블랙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유종의 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성공과 좌절은 사령탑의 숙명이다. 히딩크 감독이 그린 역사는 마법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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