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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게 잔인한 시즌이다. '성남맨' 홍 철(22)에겐 더욱 잔인한 시즌이다.
프로 3년차 홍 철에게 잔인한 시즌이다. "축구를 시작한 후 이렇게 힘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빠른발과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사랑받았다. 왼쪽풀백, 윙포워드를 오가는 멀티플레이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뒤꿈치 수술 후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팀에서 활약하지 못했고, 그토록 꿈꾸던 런던올림픽 무대도 밟지 못했다.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은 강등리그인 그룹B로 추락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듬해 최악의 슬럼프를 경험하며 좌절감이 컸다. 자책감에 시달렸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안풀려도 너무 안풀리는 상황이 스스로 답답해 '스승'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과의 면담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2군행을 자청한 적도 있다.
지난 10월28일 전남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를 쏘아올린 직후 신 감독은 "홍 철이 이제 정신 차렸다"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애정을 표했다. 시즌 후반 '홍철다움'이 돌아오기 시작한 시점에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스승과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감독실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그저 아쉬운 시즌이다. 이날 성남은 대구에게 0대2로 패했다. 24일 올시즌 마지막 원정상대는 전남이다. 승리가 절실한 시점, 올해 전남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홍 철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