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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대구전 당일 급성맹장염 수술대 '잔인한 시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1-22 09:00



성남에게 잔인한 시즌이다. '성남맨' 홍 철(22)에겐 더욱 잔인한 시즌이다.

21일 K-리그 41라운드 대구와의 홈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전날 팀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 3대4로 역전패한 17일 광주전엔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홍 철은 21일 대구전을 앞두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같한 각오를 써올렸었다. 풍생고 출신 성남유스로서 홈 11경기 무승과 팬들의 차가운 비난은 뼈아팠다. '팀이 있으니 내가 있는 거겠지. 서포터가 있으니 팀이 있는 거겠지. 팀을 위해 서포터를 위해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매일 땀 흘리며 고생하지만 보람을 느끼지 못해 아쉽다. 남은 거 힘냅시다 성남♥'이라고 썼다. 승리를 향한 투지를 불살랐다.

대구전 당일 평소처럼 선수단과 점심식사를 마친 직후 급작스런 복통이 찾아왔다. 엔트리가 이미 정해진 가운데 터진 '돌발상황'이었다. '급성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대구전 출전을 불과 5시간 남기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홍 철은 수술 직후 병원에서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동료들의 대구전을 지켜봤다. 홈 12경기 무승…, 망연자실했다.

프로 3년차 홍 철에게 잔인한 시즌이다. "축구를 시작한 후 이렇게 힘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빠른발과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사랑받았다. 왼쪽풀백, 윙포워드를 오가는 멀티플레이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뒤꿈치 수술 후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팀에서 활약하지 못했고, 그토록 꿈꾸던 런던올림픽 무대도 밟지 못했다.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은 강등리그인 그룹B로 추락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듬해 최악의 슬럼프를 경험하며 좌절감이 컸다. 자책감에 시달렸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안풀려도 너무 안풀리는 상황이 스스로 답답해 '스승'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과의 면담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2군행을 자청한 적도 있다.

지난 10월28일 전남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를 쏘아올린 직후 신 감독은 "홍 철이 이제 정신 차렸다"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애정을 표했다. 시즌 후반 '홍철다움'이 돌아오기 시작한 시점에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스승과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감독실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그저 아쉬운 시즌이다. 이날 성남은 대구에게 0대2로 패했다. 24일 올시즌 마지막 원정상대는 전남이다. 승리가 절실한 시점, 올해 전남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홍 철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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