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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에너자이저'박진포"홈12경기 무승,눈물날 것같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1-21 22:36


'성남의 에너자이저' 박진포(25)의 눈가는 빨개져 있었다.

'왼쪽풀백' 박진포는 성남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는 선수다. 올시즌 성남 선수중 가장 많은 37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성남 선수들이 제일 신뢰하고, 성남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중 하나다. 홈 12경기 무승, 광주에 3대4 대역전패 당한 직후 21일 41라운드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또다시 0대2로 패했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캡틴' 김성환 대신 주장완장을 찬 채 종횡무진 달렸지만, 팀을 패배에서 구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진포의 얼굴은 전에 없이 심란했다. 자책감이 가득했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은 성남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정신차려 성남!"을 외쳤다. 일부 관중은 독한 욕설을 퍼부었다. "경기장에서 열심히 안한다는 건 프로선수로서는 가져서는 안되는 생각이다. 강등권을 탈출하고 시즌이 끝나가는 상황에 정신적인 부분에서 약간 나태한 점은 있었을 수 있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에게나 선생님들께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박진포는 "일단 경기를 져서 선수 개개인마다 자책감이 많다. 팬들도 응원을 해주시느라 저희에게 쓴소리도 하고 안좋은 얘기도 해주시는 걸 안다. 힘든 상황에서 그런 얘기 들으면 너무 힘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2경기동안 홈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독이 된 것같다. '편하게 하자'는 얘기를 주고받지만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지 컨트롤이 잘안된다"며 경기를 뛰는 선수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인선수들과의 융화 문제도 언급했다. "하반기 사샤와 에벨찡요가 떠난 시점부터 국내선수들과 외국인선수들이 안맞는 부분이 생겼다.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이번에 온 용병들이 개성이 강해서 컨트롤이 잘 안된다"고 털어놨다. 이날 경기 직후 에벨톤, 레이나 등 외국인 공격수들은 홈팬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박진포는 "보지 못했다. 사실이면 내가 혼내주겠다"며 웃었다.

성남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중 한명으로서 덜 뛰는 동료들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고 했다. "덜뛰고 더뛰고 그런 것보다는 내가 한발이라도 더 뛰어서 동료가 힘을 받아서 더 열심히 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뛴다"고 했다. 전남 원정과 강원과의 홈 경기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홈 팬들이나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나태한 마음을 잘 컨트롤해서, 남은 1번의 홈경기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습니다."

뒤돌아서는 박진포의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자꾸 눈물이 날 것 같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지독히 안풀리는 시즌이다. 안풀려도 너무 안풀린다. 안풀리다보니 어디서부터 꼬여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부담감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선수도 팬들만큼 힘들다. 성남 선수들에게 유난히 가혹하고 추운 겨울이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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