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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떨리는 강등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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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과 분위기, 향후 전망을 종합적으로 보면 전남과 강원이 대전, 광주에 비해 유리해 보인다. 강등권인 15위에 처져 있는 강원에서 가능성을 본 것은 다소 의외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다. 강원은 대전과 함께 '상주전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전남과 광주가 남은 2주 동안 주중과 주말을 오가며 4경기를 치러야 하는 반면, 강원은 세 경기만 치르면 된다. 상주전은 기권승으로 취하기 때문에 푹 쉬면서 승점 3을 자동으로 얻게 된다. 승점 1점이 아까운 막판 순위 싸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체력까지 비축하니 1석2조다. 전남과 광주가 홈, 원정 각각 두 경기씩을 치르는 반면, 강원은 비교적 가까운 성남 원정 1경기만 치르고 나머지 두 경기를 안방에서 갖는다. 흐름도 좋은 편이다. 지난달 21일 대구FC전(3대0 승)을 시작으로 3승2무(상주전 기권승 포함)를 기록 중이다. 김학범 감독의 리더십과 베테랑 김은중, 외국인 선수들의 절묘한 조화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구단 재정 악화로 월급이 두 달 연속 체불되는 극한의 상황을 겪었으나, 최근 상승세에 고무된 최대 스폰서 하이원이 잔류 조건 하에 전폭지원을 약속하면서 분위기가 끓어 오르고 있다. 경쟁 구도만 보면 최상의 조건이다.
하석주 감독 체제로 변신한 전남도 유리한 부분이 많다. 네 팀 중 가장 높은 승점(44)을 기록하고 있다. 남은 네 경기 중 세 경기를 잡으면 승점 53이 된다. 강원과 광주가 전승을 거둬도 승점 52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력으로 잔류가 확정된다. 대전, 강원보다 1경기를 더 치르지만, 성남-대전을 상대로 홈 2연전을 치르고, 최종전은 이동거리가 짧은 광주전이서 부담이 덜하다. 10월 3일 강원전(0대0 무)부터 기권승으로 건너 뛴 상주전까지 7경기 연속 무패(2승5무)를 기록 중인 흐름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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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네 팀 중 가장 불안하다. 상주전 프리미엄을 모두 누리면서 남은 2주간 4경기를 치르는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일정도 좋지 않다. 인천과의 41라운드를 치른 뒤 대전, 대구를 상대로 원정 2연전을 치러야 한다. 1주일이 짧은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강등 경쟁으로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한 채 객지 생활을 해야 하는게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앞선 세 차례 맞대결에서 대전에 1무2패, 대구에 3연패를 당하는 등 성적도 좋지 못했다.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다. 여기에 터질 것이 드디어 터지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성남과의 40라운드 원정을 마친 뒤 최만희 감독이 박병모 단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단장이 자리를 뜬 점을 꼬집어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단 관계자가 해명에 나섰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동안 축구계에서 쉬쉬했던 두 인물의 불편한 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잔류를 위해 손을 맞잡아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뇌관이 터지면서 선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원조 시민구단' 대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상주전 프리미엄이 있고, 세 경기 중 두 경기를 안방에서 치르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이 문제다. 10월 28일 대구전(1대4패)부터 현재까지 4경기서 1무3패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 유상철 감독이 갖은 수를 쓰고 있지만,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 강원에 비해 3점이 많은 승점 43을 기록 중이지만, 안심하긴 여전히 이르다.
분석은 어디까지나 분석일 뿐이다. 최후의 결과와는 다른 색깔일 수도 있다. 축구는 의외성이 가장 큰 종목이다. 공은 둥글고, 강약의 구분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분석과 실제 결과가 과연 같을 지, 달라질 지 지켜보는 것도 강등경쟁 구도를 바라보는 묘미가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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