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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사는길]2부리그, 해외사례와 성공요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15:43 | 최종수정 2012-11-07 09:09


'글 싣는 순서

◇K-리그가 사는길 3. '2부리그, 프로축구의 화수분 '

① 2부리그 왜 필요한가

② 해외사례와 성공요건은

③ 부천시의회에 바란다

이청용과 김보경, 두 코리안리거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볼턴과 카디프시티의 경기.

무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아닌 '2부리그' 챔피언십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1만7304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EPL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고, 스타도 없는 챔피언십이지만 영국팬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올시즌 챔피언십의 평균관중은 1만7041명에 달한다. 챔피언십에 속한 대부분의 팀들이 2만5000석 미만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점유율이다. 유럽의 다른 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축구의 천국' 유럽의 힘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럽 리그는 모두 최상위 그룹 리그를 정점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리그 구조를 갖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밑에는 24개의 팀으로 이루어진 챔피언십이, 이탈리아 세리에A 하부에는 22개의 팀이 있는 세리에B가 있다. 18개의 팀이 존재하는 독일 2분데스리가, 22개의 팀이 포진한 스페인 세군다리가는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메라리가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들은 승강제를 통해 리그의 건전한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유럽의 승강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각 도시마다 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한개의 리그만으로는 이 팀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실력과 재정규모에 따라 하부리그가 만들어졌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승강제가 정착됐다.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된 이유다. 반면 내년부터 2부리그가 만들어지는 K-리그는 역 피라미드 구조다.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그 뒤에 팀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주상무 사태처럼 각종 폐혜가 발생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혜택을 통해 2부리그 참가의 메리트를 부여하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K-리그처럼 상위그룹 출범 뒤 2부리그를 만들어 정착시킨 J-리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3년 출범한 J-리그는 1991년부터 승강제를 준비했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강등이 없는 승격제를 통해 강등제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리그의 일정과 여러 컵대회, 각 클럽 팀들의 자격요건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정리하고 규정을 세웠다. 아마추어인 일본 풋볼리그로 진행되던 2부리그는 1999년 마침내 프로리그인 J2-리그로 공식출범했다. J-리그는 1부리그 하위 2개 팀과 2부리그 상위 2개 팀이 승강을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13시즌째 승강제를 이어오고 있다.

J-리그는 2부리그의 정착을 위해 강팀이 아닌 약팀에 초점을 맞췄다. 체질 개선을 통해 약팀들의 발전을 중점으로 내세웠다. 낙오자를 줄여 중산층을 늘리겠다는 취지는 경제학과 비슷하다. 2부리그는 발전의 도약대로 이어졌다. 치밀한 전략과 체질개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2009년 J2-리그로 강등된 가시와 레이솔은 2011년 승격하자마자 J-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 J-리그 선두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2009년 승격한 팀이다. 이들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등은 끝이 아니라 구단의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다.

내년 시작될 2부리그에서 거울로 삼아야 할 모습이다. K-리그에 진출한 일부 시도민 구단들도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준비 없이 피말리는 생존경쟁 속에 살아남기 힘들다. 2부리그 특성에 맞는 수익 창출구조 및 발전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경기력도 단순히 승격이 아닌 1부리그에서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11월 부터 내년 2월까지 장기 비전을 갖고 팀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외 구단을 벤치마킹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팀운영 노하우가 없는 신생팀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팬들의 관심이다. 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과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관심 속에 2부리그는 풍성해질 수 있다. 관심이 이어져야 스폰서 계약도 쉬워진다. 연맹은 스플릿시스템 도입 당시 그룹B를 2부리그 운영의 사전테스트 개념으로 삼았다. 우승 경쟁이 치열한 그룹A에 비해 그룹B의 언론 노출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자칫하면 2부리그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연맹도 이 부분을 고민 중이다. 연맹 관계자는 "2부리그 경기를 TV와 인터넷을 통해 중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계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맹은 K-리그와 2부리그 각각 다른 스폰서로 준비 중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연맹도 현재보다 인력을 충원해 2부리그 안정화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만큼 안정된 시스템 구축으로 '2부리그 강등은 지옥이 아닌 시작'임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2부리그는 팀과 리그가 안정화되며, 상품가치를 유발하고, 팬들이 유입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투자 유치까지 확대된다. 2부리그는 아마추어리그가 아닌 프로리그기 때문이다. 내년 펼쳐지는 2부리그의 성공은 한국축구 전체의 발전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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