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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제5회 코리아컵 킨볼대회가 열린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학교 체육관은 킨볼의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겨울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범태평양 킨볼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백석대, 백운고 팀이 1년만에 격돌했다. 지난 4회 대회 결승에선 '고등학생' 백운고팀이 '대학생' 백석대팀을 이기고 우승컵을 안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킨볼만의 반전 매력이 빛났었다. 지난해 우승팀 백운고, 준우승팀 백석대팀은 오사카에서 킨볼의 신세계를 맛봤다. '킨볼 종주국' 캐나다와 '아시아 최강' 일본의 진일보한 발기술에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투혼을 다해 부딪혔지만 '난공불락'이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 재도전하겠다"며 눈빛을 빛냈다. 그 약속대로 1년간 각자의 팀에서 와신상담했다. 이날 결승전, 백석대와 백운고의 리턴매치는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됐다. 사상 최고의 열기, 사상 최고의 수준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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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남자 일반부 결승전에는 예상대로 백석대 소속 2팀과 백운고 소속 1팀 등 3팀이 경쟁했다. 백승우 배경규 류강래 김도우 4명으로 이뤄진 '백석코리아'팀과 송민수 노준용 장범구 최영제 4명으로 이뤄진 '백운고2'팀은 라이벌이자 동지다. 지난해 오사카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뜨거운 땀을 흘렸다. 1년만의 만남에 선후배는 반가움을 표했지만 결코 우승을 양보할 뜻은 없었다. 백석대의 새로운 팀 '에이킨(A-KIN)'이 결승 무대에 가세했다.
'디펜딩챔피언' 백운고 주장 송민수는 "형들 팀 사이에 끼여서 대진운이 불리하지만 연습해온 대로만 하면 자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던 백석대 에이스팀 역시 "이번엔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승리를 향한 각오를 불살랐다.
'우물안 개구리'를 넘어서
자존심이 걸린 결승전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프로선수 못지않게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경기전 제비뽑기에서 핑크는 백석코리아, 그레이는 백운고2, 블랙은 에이킨으로 결정됐다. 그레이, 백운고 동생들이 먼저 공격권을 잡았다. "옴니킨, 핑크!"를 외친 후 선보인 서브는 가히 예술이었다. 3명의 선수들이 대형 킨볼을 한바퀴 뱅그르르 돌린 후 공을 받치며 고개를 숙이자 '지난 대회 MVP' 정범구가 시간차 파워서브를 감행했다. 예기치 못한 '신공'에 형님들이 당황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2주일간 스파르타 훈련을 실시한 형님들의 내공은 역시 남달랐다. 우월한 체력조건을 바탕으로 공격의 길목을 모조리 막아냈다. 천편일률적인 공격을 벗어난 다채로운 작전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발을 이용한 수비 전술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초대형 킨볼을 받아내기에 발은 손보다 빠르다. 오사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슬라이딩 기술을 집중 연마했다. 위기 때마다 주저없이 몸을 던졌다. 일찌감치 점수차를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44-30-26, 백석코리아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동생들을 누르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형들 몸 진짜 좋아졌어요, 연습 진짜 많이 하신 것 같은데?" "형, 축하드려요." 백운고 후배들이 대학생 선배들에게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날 MVP를 수상한 백석대 백승우는 "지난해 오사카 대회에 다녀온 후 캐나다, 일본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부했다. 동영상도 많이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백운고 후배들의 기량도 상당히 발전한 것을 느꼈다. 정보면에서 우리가 앞섰던 것 같다"며 우승비결을 분석했다. "올 겨울 범태평양 대회에 출전한다면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우물안 개구리'를 넘어선 젊은이들의 노력과 패기는 기특했다. 승패를 떠난 대한민국 킨볼의 업그레이드가 뿌듯했다.
한편, 이날 남자 중등부 결승에서는 같은 신송중학교에서 출전한 '함정'과 '인천로얄'이 각각 1-2위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장안대가 우승했고, 백운고2팀이 연장전 끝에 능동뉴스포츠를 꺾고 준우승했다.
청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