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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 "ACL 결승,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15:51 | 최종수정 2012-11-02 08:30


김호곤 감독이 1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은 팬들 사이에서 '호거슨'으로 불린다. 김(호)곤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합성어다. 퍼거슨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회, FA컵 5회,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의 성과 냈다. 김 감독은 지난시즌부터 호성적을 냈다. 리그컵 우승, 정규리그 준우승을 거뒀다. 올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FA컵 4강,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뤘다.

퍼거슨 감독과 김 감독의 공통점은 또 있다. '야누스 리더십'이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내뿜는다. 퍼거슨 감독의 '헤어드라이어'는 맨유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화가 나면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는 헤어드라이어처럼 선수를 다그치는 '호통 본능'을 뜻한다. 평소 호인(好人)인 김 감독도 경기력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선수들에게 무섭게 화를 낸다. 김 감독은 "라커룸에서 조용히 할 때도 있고, 고함을 칠 때도 있다. 선수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호통 타이밍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호통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10일 오후 7시 30분·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그는 "분요드코르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결승전에선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뛰는 것은 너희들이다. 결승전은 죽기살기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꼽은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원동력은 선수들이었다. 올시즌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힘에 놀라고 있단다. 그는 "주장 곽태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분요드코르전 전날에도 일부러 짧게 미팅을 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시간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분요드코르와 한 번 맞붙어 봤기 때문에 상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너희들이다'라고 했다. 다양하게 선수들의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3년 울산 창단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한 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표현한다. 그는 "분요드코르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얘기하면서도 내가 긴장이 되더라. 클럽팀 감독을 맡고 가장 큰 대회라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파오는 경향이 있어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안절부절했다"고 고백했다. A대표팀 코치 시절이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 때보다 더 떨렸다던 그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선수들이 방심할까봐 무척 걱정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목적이 무엇이냐. 언제 나와 만날지도 모르는데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훗날 만났을 때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야 대화가 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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