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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스플릿 후 찾아온 첫번째 고비, 어떻게 넘길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0-31 21:46 | 최종수정 2012-11-01 09:04


유상철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8.23

감독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잘 나갈때 고비가 한번씩 찾아온다. 이때를 잘 넘겨야 한다."

하위팀에는 묘한 사이클이 있다. 연승과 연패를 반복한다. 상위권팀만큼 전력이 안정적이지 않은 하위권팀은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된다. 스플릿 이후 대전 시티즌은 상한가를 쳤다. 첫 6경기에서 4승2무 무패행진을 달렸다. 공수 밸런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강등권을 넘어 그룹B 상위권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28일 대구전 전까지 얘기다.

대전은 대구전에서 1대4로 완패를 당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이 너무 안좋았다. 수비는 한번의 역습에 무너졌고, 공격은 짜임새가 없었다. 연패를 거듭하던 시즌 초반의 모습이 오버랩될 정도였다. A매치 휴식기와 리그 불참을 선언한 상주전이 이어지는 스케줄로 인해 20일 동안 실전경기를 치르지 않은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 후 유상철 감독이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여기에 '수비의 핵심' 알렉산드로 마저 다쳤다. 오른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됐다. 알렉산드로는 유 감독이 지목한 후반기 돌풍의 주역이었다. 또 다른 센터백 이정열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대전 수비를 이끌었다. 유 감독은 "정밀 검사 결과 내측 인대가 파열됐다고 하더라. 회복 기간까지 감안한다면 올시즌은 더이상 뛸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대체자원이 부족한 대전으로서는 알렉산드로의 부상으로 수비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한경기 패배지만 후유증이 컸다. 비록 한경기 패배지만 자칫 남은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전은 12위(승점 42·11승9무17패)에 올라있지만 강등권인 15위 광주(승점 33·7승12무18패)와의 승점차가 9점 밖에 나지 않는다. 연패가 이어질 경우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전은 올시즌 연승의 상승세 뒤 연패의 하락세를 경험한 바 있다. 유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무패행진을 계속하며 팀이 제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나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다시 한번 선수들을 강하게 대할 것이다"고 했다. 시즌 중이라 훈련 강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정신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훈련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숙소로 돌아가라고 불호령을 내릴 정도였다. 선수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4일 열릴 강원과의 원정경기는 리그 막바지 대전의 운명을 가늠할 중요한 경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잔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패할 경우에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강원이 지쿠를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유 감독은 신중하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대구전 이전처럼 뛴다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구전에 징계와 부상으로 결장했던 김창훈과 김형범이 돌아온다는 점도 호재다. 유 감독은 "김창훈과 김형범이 빠지며 공수에 짜임새가 떨어졌다. 김형범의 경우 근육통으로 쉬게해줬다.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강원전에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알렉산드로의 공백은 황도연으로 메울 예정이다.

이번 위기를 넘긴다면 목표로 했던 잔류에 가까워진다. 강원전이 고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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