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계 7대 더비 중 7연승을 기록한 팀은 수원과 셀틱이 유이하다.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서울전에서 1대0으로 수원 선수단이 서포터스와 함께 만세삼창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역사와 문화가 복잡하게 뒤얽힌 더비(Derby)의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홈 팬들의 극성스런 응원은 승패에 따라 다른 색깔로 표출된다. 팀의 명성과도 관련이 있다. 때문에 안방에서 만큼은 모두가 승리를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시아 최고의 더비로 불리우는 FC서울-수원 삼성 간의 2012년 마지막 맞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K-리그에서는 선두 서울이 우승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반면, 수원은 3위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격차는 벌어져 있다. 승패에 따른 순위 싸움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서울은 수원전 7연패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K-리그 우승 타이틀을 획득하더라도 수원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반쪽 우승'이나 다름없다. 2012년 최후의 슈퍼매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수원은 대미를 장식하며 잔칫상에 재를 뿌리겠다는 각오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계 7대 더비에서 서울-수원전은 아시아 최고의 더비로 선정됐다. 이 7대 더비에서 7연승 기록이 나온 것은 셀틱-레인저스 간의 '올드펌 더비'가 유일하다. 셀틱이 리그 2회 우승 및 유럽축구연맹(UEFA)컵(현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던 2002~2004년 동안 레인저스를 상대로 7연승을 거둔 바 있다. 절치부심한 레인저스가 2004년 11월 10일 리그컵에서 연장 접전 끝에 셀틱에 2대1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치욕의 역사가 이어진 셈이다. 올 시즌에는 레인저스가 재정 파산으로 4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올드펌 더비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계 최고의 더비로 불리우는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간의 '엘클라시코'에서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 6연승을 거둔게 최다 기록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광팬이자 스페인을 통치하고 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설이다. 바르셀로나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 5연승을 거두면서 치욕의 역사를 씻는 듯 했지만, 2010~2011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무승부로 마무리 되면서 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아스널이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6연승 기록을 갖고 있다. 1977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3년의 시간동안 아스널이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아스널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토트넘과의 20차례 맞대결에서 무패(11승9무)를 기록하면서 7대 더비 중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불과 1.5㎞ 거리를 두고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리버풀-에버턴 간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는 리버풀이 1989년부터 1991년까지 5연승 신바람을 냈다.
경기 결과에 따른 팬들의 난동 사태 탓에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더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보카 주니어스-리버플라테 간의 수페르클라시코에서는 보카 주니어스가 1934~1935년, 리버플라테가 1950~1951년 각각 4연승 씩을 기록한 바 있다. AC밀란과 인터 밀란 간의 밀라노 더비에서는 1911년부터 1913년까지 AC밀란이 6연승을 기록한 것이 최고다.
수원이 서울과의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 경우, FIFA선정 세계 7대 더비에서 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과연 8번째 북벌이 새 역사의 장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