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2인자의 힘, 울산을 살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9:08


2012 K리그 37라운드 A그룹 수원과 울산의 경기가 2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스테보가 울산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로 슈팅을 날리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28/

수원전을 앞둔 울산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강행군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분요드코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3대1승)을 치르기 위해 떠났던 우즈베키스탄에서 27일에야 돌아왔다. 수원전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18명의 선수들은 이미 격전에 장거리 이동까지 겹쳐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앞서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르기 위해 팀을 떠났다가 합류한 이근호 곽태휘 김신욱 김영광은 이미 '방전' 상태였다. 31일 안방에서 치르게 될 분요드코르와의 4강 2차전도 신경을 써야 할 요인이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골키퍼 김영광과 후보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울산으로 내려 보냈다. 대신 우즈벡 원정에 참가하지 않았던 2군 선수들을 수원으로 호출했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김 감독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2인자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랜기간 1군 경기에 나서보지 못한 선수 입장에선 (수원전이) 큰 기회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바람은 적중했다. 울산은 수원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두면서 귀중한 승점 1을 획득했다. 백업 골키퍼 김승규는 잇단 선방쇼를 펼쳤다. 박승일과 고슬기, 김치곤 등 2인자 역할에 머물렀던 선수들 모두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수원의 발목을 잡았다.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베스트 전력을 가동한 수원의 파상공세를 무득점으로 막아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만한 결과다. 분요드코르전에 올인하면서 자칫 멀어질 수도 있었던 리그 3위권 진입 싸움 희망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의 칭찬이 아깝지 않았다.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줬다. 선수들을 새롭게 평가하는 기회가 됐다. 칭찬할 만했다.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수원전을 넘긴 울산의 행보는 한결 가벼워졌다. 김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행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분요드코르가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차례 경기를 가졌고, 그동안 분석해놓은 것도 있다. 1차전을 통해 보완할 점은 보완할 것"이라면서 "염려스러운 것은 방심과 자만이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갖고 경기를 해야 한다. 선수들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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