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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리그는 역대 최악의 신인왕 경쟁중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8:10


이명주.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K-리그 신인왕은 스타탄생의 등용문이다. 김주성(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최용수(현 서울 감독) 이동국(전북) 박주영(셀타비고) 등 역대 신인왕 수상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등장하는 신인선수들은 K-리그를 새롭게 만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신인 선수 중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신인왕 타이틀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대형신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 수원, 울산 등 빅클럽에서 경기에 나서는 신인 선수들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범위를 리그 전체로 넓혀도 주전급 선수들 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올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한 신인 선수들은 박선용(23·전남·30경기) 이명주(22·포항·26경기) 심동운(22·전남·25경기) 이한샘(23·광주·23경기) 문상윤(21·인천·20경기)까지 5명 밖에 없다. 내용을 보면 더욱 부실하다. 신인 최다골은 2골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7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뛰어난 신인을 꼽는다면 이명주 정도다. 그는 1골 3도움으로 신인 중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수준이 다소 떨어졌다고 평가받았던 지난해 두 신인왕 후보 이승기 고무열의 기록은 각각 8골-2도움, 10골-3도움이었다. 사상 최악의 신인왕 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대형 신인 부재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우수 자원들이 대부분 해외진출을 꾀하며 K-리그에 우수 인재 부재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열린 K-리그 드래프트에서는 역대 두번째로 많은 469명이 신청했음에도 우선지명을 포함해 117명만 선발해 지명율 25%에 그쳤다. 작년 146명, 재작년 145명이 선발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숫자다. 단순히 구단 재정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당시 구단 관계자들이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다. 여기에 스플릿시스템의 도입으로 신인들이 투입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됐다. 강등이 현실로 다가오자 각 팀들이 '안정'을 첫번째 덕목으로 삼았다. 불확실한 신인 대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컵대회마저 폐지되며 사실상 신인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

한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의 신인 부재는 한국축구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다행히 축구계가 이를 인식하고 해결에 나섰다. 프로축구연맹은 정기이사회를 통해 23세 이하 선수를 출전 엔트리(18명)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의무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활성화와 경기 출전 보장을 통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다. 2014년에는 2명이 꼭 등록돼야 하고, 이듬해는 등록 2명에 한 명은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또 내년부터 신인 선수 자유 선발이 점차 확대된다. 당장 내년 1명, 이듬해 2명, 2015년 3명으로 서서히 늘리고, 2016년부터 신인 전원을 자유계약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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