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동국 vs 박주영'의 문제가 아니다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10:32 | 최종수정 2012-10-18 16:00


왼쪽 박주영 오른쪽 이동국

크로스바를 연타했지만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네쿠남에게 한 방을 얻어맞으며 결국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에서 백기를 들고 말았다. 3차전이었던 우즈벡 원정과 비교해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조직 부분에서는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지만, 박주영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공격진은 여전히 답답했다. 그리고 같은 날, 공교롭게도 한국 땅에 남은 이동국은 울산 원정에서 환상적인 발리킥으로 골을 터뜨리며 '이동국vs박주영'의 대결 구도에 또 한 번 불을 붙였다.

박주영 대신 이동국? 얼마나 달랐을까?

쇼자에이가 퇴장을 당했던, 네쿠남이 결승골을 넣었던, 90분 내내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김신욱의 머리만을 겨냥했다. 공중볼 위주의 공격 패턴은 세트피스 상황 시엔 손에 꼽을 정도로 효과를 보긴 했으나, 경기 전체적으로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강희호 출범 후 처음으로 이동국 없이 단독 찬스를 잡았던 박주영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쳐볼 수 없었다.

경기 결과도 내용도 얻지 못했던 탓에 '박주영 대신 이동국이 나섰다면 어땠을까, 이란전 졸전 후 K리그에서 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모습이 이란전에서는 나올 수 없었을까, 그래도 카타르전 20분, 잠비아전 90분 동안 김신욱과 함께 호흡했던 이동국이 나서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가정도 제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런 상황' 속에선 원톱 한 선수의 교체만으로는 그리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며, '박주영 대신 이동국'이란 가정도, '이동국vs박주영'이란 대결 구도 또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피니셔보다는 '조력자의 경기력'에 주목하라.

이동국과 박주영은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인 메시가 아니다. 개인 능력만으로 경기 전체를 뒤집어놓기엔 부족함이 있으며, 동료들의 도움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이란전 원톱의 침묵은 개인 능력만 따질 게 아니라 조력자의 경기력 및 호흡과도 연관 지어봐야 한다. 이란전의 골 침묵이 박주영의 퍼스트 터치가 나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한 것도 아니요, 패스가 나빠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4-2-3-1 시스템 중 박주영 밑에 배치된 3명의 선수가 보여준 경기력은 어떠했나. 선발 출장한 김보경-김신욱-이근호도, 후반 들어 변화를 준 손흥민-김신욱-이청용도 파괴력은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특히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컸다.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김보경과 이청용은 답답했던 우즈벡전과 비교해 그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주가를 올리며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은 지난 6월 레바논전 이후 다시 대표팀 경기에 나섰는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실패했다. 측면이 죽은 상황에서 계획했던 것만큼의 공격을 펼칠 수 없는 팀은 사실상 없다.

그동안 최강희호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근호의 컨디션 난조도 상당히 아쉬웠다. 올 시즌 내내 소속팀 울산의 주축 공격수로 쉬지 않고 달려왔으며, 최근엔 일정상 2주 동안 한국, 사우디, 한국, 이란 땅을 차례로 밟으며 '역시차'로 인해 고생했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최강희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던 이 선수를 선발로 깜짝 출장시켰으나 측면의 침묵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감각과 평가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클럽보다 훨씬 더 '결과 지향적'이다. 클럽은 시간을 두고 팀을 만들어 갈 여유라도 있지만, 대표팀은 고작 며칠 훈련 후 경기를 치른 뒤 서슬 퍼런 평가와 마주해야 한다. 이 말은 곧 항상 '실전'이라는 틀에서 생각해야 하고, 소속팀에서의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곳이 될 순 없다는 얘기다.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된 선수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 달 14일로 잡힌 호주와의 평가전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소속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에서도 그 기량을 꽃피울 수 있는지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특히 원톱을 보좌할 '측면' 쪽에서의 새로운 자원 발굴은 필수적이다. 김보경, 이청용처럼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선수들의 폼이 한창때처럼 살아난다는 희망적인 전제 조건을 달아도, 아직은 스쿼드층이 너무 얇다. 이를 더욱더 살찌울 여러 카드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불러모은 선수들의 '실전 호흡'을 끌어올리기 위한 평가전도 늘려야 한다. 개인이 좋아도 팀 플레이가 안 된다면 이길 수 없고,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준비는 평가전을 치러보는 것이다. 이번에도 상당수의 국가가 평가전-최종 예선의 코스를 밟으며 실전에 대비했는데, 최강희호는 곧바로 이란전을 치러야 했다. 일주일 동안 훈련만 하고 바로 아자디로 들어간 것이다. 하다못해 꼭 A매치가 아니라도 주어진 환경 속에서 대결 가능한 팀들을 섭외했다면 더 나은 결과와 마주하지 않았을까. 미리 겪어봐야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도 높아지고, 승리의 가능성도 올라간다. 모의고사 없이 실전을 잘 치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명심하자.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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