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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과 똑같은 이란의 텃세,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0-14 18:08


우즈베키스탄과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둔 최강희호가 3일 파주NFC에 소집됐다. 소집 후 진행된 훈련에 앞서 최강희 감독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03/

3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변한게 하나도 없다. 브라질행의 길목에서 맞닥뜨린 이란의 텃세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시계를 2009년 6월로 되돌려보자. 한국은 원정팀의 서러움을 톡톡히 겪었다. 당시 이란축구협회가 유일하게 딴지를 걸 수 있는 것은 훈련장 사용건이었다. 아자지 스타디움에서 훈련이 예정되어 있던 한국은 일방적인 경기장 사용 불허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의 핑계는 잔디 보호였다. A대표팀을 지휘하던 허정무 감독은 "운동장을 못 쓰게 해 훈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란은 꿋꿋했다. 3년 뒤에도 어떻게해서든 한국 대표팀을 괴롭히기 위한 작전이 펼쳐졌다. 최강희호는 9일 이란 입성 이후 두 차례나 훈련장을 옮겼다. 최초 배정된 훈련장은 아라랏 경기장이었다. 장점은 숙소에서 가깝고 야간용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현지시각 오후 8시에 펼쳐질 경기 시간에 맞춰 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잔디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바닥도 딱딱했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다른 연습장을 요청했다. 이란축구협회는 호만 트레이닝 센터로 변경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잔디 상태가 괜찮았지만,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낮 훈련밖에 할 수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또 다시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란대표팀이 사용하고 있는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을 지목했다. 이란축구협회는 "공사중이라 곤란하다"는 얼토당토한 이유를 내놓았다. 이란의 텃세에도 잘 참아오던 최강희 감독도 뿔이 단단히 났다. 최 감독은 "그동안 한국이 원정팀에 너무 잘해줬던 것 같다. 내년에 이란이 한국에 오면 한강 시민공원을 훈련장으로 내줘야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불똥은 국내 취재진에도 튀었다.

취재진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문 제출과 이란 한국대사관의 독촉으로 겨우 입국 비자를 받아 이란 땅을 밟았다. 입국 후에는 더 황당했다. 미리 예약해둔 이란 국영호텔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알고보니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진 사태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케이로스 감독이 국내 취재진들과 같은 호텔을 쓰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호텔 소유주인 정부에 예약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당일 국내 취재진에게 15명 밖에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다는 이란축구협회의 어처구니 없는 통보는 대한축구협회의 강력한 항의로 일단락됐다. 협회 관계자는 "여성 기자는 경기장 출입 허가를 받았지만 기자석이 아닌 실내 미디어센터에 머물기로 했다"며 혀를 찼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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