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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했다! 대전의 뜻깊었던 한밭 '컴백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27 21:33


사인회 중인 이관우. 사진제공=대전시티즌

복고가 대세다.

올 초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드라마 '응답하라 1997'까지 추억을 회상하는 콘텐츠들이 문화 전반에 걸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추억처럼 사람마음을 자극하기 쉬운 마케팅이 없다. 힘든 시기일수록 아련했던 그 때를 떠올린다. 대전시티즌도 이 행렬에 참석했다. 대전은 27일 전남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3라운드를 옛 홈경기장인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치렀다. 2002년 4월 24일 안양과의 2002년 아디다스컵 경기 이후 약 10년만이다.

대전은 이날 경기를 위해 올드스타들을 초청했다. 김기복 초대 감독과 김순기 김삼수 초대코치를 비롯해 신진원 전 대전코치, 정성천 20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 등 대전 창단 멤버 11명과 성한수 한민대코치, 강정훈 감독 등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활약했던 11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전시티즌 초대 구단주였던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 강영구 대전시티즌 초대 사장과 임원진 등도 참석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대전 최고의 스타였던 '시리우스' 이관우였다.

이관우는 2000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대전에 입단해 미드필더로 7시즌간 뛰었다.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2001년에는 대전의 유일한 우승트로피인 FA컵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관우는 2006년 대전을 떠나 수원으로 이적할 때 '대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고별사를 남길 만큼 깊은 애정을 보였다.

당초 이관우는 행사 참석이 불투명했다. 대전 프런트들이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최고스타였던만큼 그의 참석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전은 이관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가 운영하고 있는 낙지집을 A보드 광고에 내보냈다. 이관우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도 광고 붙여주면 안되나요"라고 농을 던진 뒤, "K-리그 데뷔전으로 뛰었던 경기장에 돌아와서 기쁘다. FA컵 우승할때가 생각난다. 그때 연습장이 없어서 여기저기 전전하고 있었는데, 결승에 오르니까 한밭운동장에서 훈련하게 해줬다. 그러다보니 결과까지 좋았다"고 웃었다.

이날 행사 준비를 위해 대전 프런트들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전 최초의 외국인 선수 콜리(세네갈)도 초청하려 했으나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뒤졌지만 끝내 그의 거취를 알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도 여러 사정을 들어 참가를 고사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뜻하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박래철은 기사를 보고 대전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사인회와 선수 에스코트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하며 자리를 빛냈다. 김기복 초대 감독은 감회가 남다른 표정이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 15년전에 힘들게 운동한게 생각났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선수들을 만나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정말 열악한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이날을 계기로 영원한 대전맨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대전의 관계자는 "그동안 대전에 프랜차이즈 개념이 많이 약해졌다.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은 돈받고 팔아버리고, '레전드' 최은성도 재계약에 실패하며 팬들이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대전의 뿌리를 확인하고 과거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전은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이다. 힘든 순간도 많았다. 추억이 많아지면 역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팀도 더 많은 곳에서 K-리그의 뿌리를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경기는 후반 15분 김병석의 헤딩골을 잘지킨 대전이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전남을 제치고 12위로 점프했다. 제주는 홈에서 포항을 2대1으로 꺾고 10경기 무승(4무6패)에서 탈출했다. 강원은 후반 30분 김은중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광주를 1대0으로 제압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제주=이 건, 강릉=박상경, 대전=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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