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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영입으로 기대를 모았던 QPR의 12-13 시즌 시작이 썩 좋지만은 않다. 새로 들여온 자원들을 조화롭게 버무릴 시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시즌 초반 대진에 강팀이 몰리며 숨 돌릴 겨를조차 없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 맨시티에 이어 이번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왕좌에 오른 첼시를 상대하게 된 QPR. 말 그대로 산 넘어 산, 앞이 보이질 않는다.
QPR-첼시,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두 팀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지출한 돈, 영입한 자원의 클래스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탄탄한 기초 공사'의 여부가 두 팀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생각이다. 첼시는 기존의 탄탄한 전력에 추가 영입을 이뤄내며 한층 더 강해진 반면, QPR은 기존 전력의 대부분을 갈아치우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시즌 초반 경기력에서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팀의 실력 차를 감안하면 첼시로선 승점 3점에서 더 나아가 다득점까지도 노림직한 경기다. 왕성한 활동량과 안정된 키핑으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마타나,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3경기에서 6도움을 올린 아자르가 QPR의 라인 사이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패턴 플레이는 공격력을 배가시키기에도 충분하다. 2주 전 나스리-테베즈-실바가 미드필드와 수비진 사이를 헤집고 다녔던 것과 유사한 양상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크며, 여기에 램파드의 2선 침투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또, 토레스를 비롯, 전방 공격수들을 향해 수비 뒷공간으로 떨어뜨리는 롱패스도 상당수 나올 것이다.?
첼시의 맹공을 역으로 이용해야 할 QPR.
지난 슈퍼컵에서 첼시에 4골이나 퍼부으며 대승을 거둔 AT의 경기 운영을 살펴보자. 그들은 첼시를 상대로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밀집된 전형을 구사하며 때를 기다렸고, 점유율을 잡아가며 공격을 주도하던 첼시의 흐름을 역이용했다는 평이 더 어울릴 법했다.
AT의 경우엔 밀집된 전형 속에서도 상당히 쫄깃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고, 기회만 나면 선수 개개인의 볼 터치를 최소화한 역습으로 첼시 수비의 느린 발을 적극 공략했다.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패스는 팔카오에게 연결됐고, 이는 체흐를 통과해 골로 이어졌다. AT의 저력은 역습 상황에서만 엿볼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첼시에게서 볼의 소유권을 뺏어낸 뒤 전개한 지공 상황에서도 그들이 볼을 돌리는 템포가 워낙 빠르다 보니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할 램파드-미켈 라인의 축은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물론 QPR이 똑같이 밀집된 전형을 펼친다고 해서 AT만큼의 경기력을 뽐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일단은 초반에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버티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수비적인 QPR을 뚫기 위한 첼시는 램파드까지 위로 올라가려 할 것이고 여느 때처럼 좌우의 에쉴리 콜-이바노비치까지 전진한다면 미켈만이 센터백을 감싸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곧 QPR엔 위기이자 기회다.
팔카오가 없는 QPR이 최소한의 공격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선, 지난 세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투톱 중 한 명이 이번만큼은 아래로 내려와 미켈과 적극 싸워주고, 발빠른 측면 공격수에게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들길 기대해봐야 하지 않을까. 박지성이 측면에서 연계 플레이를 해주면서 파비우를 위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역습 상황에서 공격 숫자를 늘리는 데에도 성공할 수 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여기에 그라네로, 푸를린, 음비아가 포진될 중앙에서의 볼 배급만 뒷받침되면 첼시를 상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슈팅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