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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역사상 최대 비극' 힐스보로 참사의 진실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13 09:35 | 최종수정 2012-09-13 09:35


결국은 인재였다.

축구장에서 벌어진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힐스보로 참사의 진실이 밝혀졌다. 경찰이 당시 조사 내용을 조작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흡한 응급조치도 지적을 받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과하는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989년 4월15일 발생한 힐즈버러 참사는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린 힐즈버러 경기장 입구에 엄청난 팬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무려 96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당시 영국 경찰은 술에 취한 극렬 축구팬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돌렸으며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23년이 지나 진실이 고개를 들었다. 영국 언론은 13일(한국시각) 일제히 '힐스보로 독립 패널(Hillsborough Independent Panel)'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힐스보로 독립 패널'은 힐스보로 참사를 조사해 왔다. 경찰의 과오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45만 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경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중심으로 164건의 진술을 조작해 참사의 책임을 축구팬들에게 돌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조사를 분석한 결과, 리버풀 팬들의 재난 이후 (당시 경기장 치안을 책임졌던) 남(南)요크셔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힐스보로 참사 이후 발표된 테일러 보고서에서 남요크셔 경찰은 예외적이고 공격적이며 예상치 못했던 관중들의 행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건 이후 경찰이 진실을 은폐했음을 밝혀냈다.

진상조사위원인 빌 커커프 박사는 이어 경찰이 당시 적절한 응급조치만 취했어도 희생자의 절반에 가까운 41명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커커프 박사는 "28명의 사람들은 혈류가 차단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고, 16명은 참사 이후에도 심장과 폐가 오랫동안 기능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따라서 총 41명은 3시 15분 이후에도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실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살아남았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잠재적으로 대략 그 정도일 거라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 이어지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피해자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점, 진실 규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점 때문에 유족이 고통을 받아왔다고 언급한 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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