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인재였다.
그러나 23년이 지나 진실이 고개를 들었다. 영국 언론은 13일(한국시각) 일제히 '힐스보로 독립 패널(Hillsborough Independent Panel)'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힐스보로 독립 패널'은 힐스보로 참사를 조사해 왔다. 경찰의 과오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45만 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경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중심으로 164건의 진술을 조작해 참사의 책임을 축구팬들에게 돌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조사를 분석한 결과, 리버풀 팬들의 재난 이후 (당시 경기장 치안을 책임졌던) 남(南)요크셔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힐스보로 참사 이후 발표된 테일러 보고서에서 남요크셔 경찰은 예외적이고 공격적이며 예상치 못했던 관중들의 행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건 이후 경찰이 진실을 은폐했음을 밝혀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 이어지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피해자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점, 진실 규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점 때문에 유족이 고통을 받아왔다고 언급한 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