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중인 한국도, 벼랑 끝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도 분수령이었다.
뒷 맛은 씁쓸했다. 이청용(볼턴)이 15개월 만에 부상 터널을 뚫고 선발 출격했다. 7개월 만에 승선한 박주영(셀타비고)이 조커로 나섰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실은 달랐다.
기선을 제압당하다
최강희 A대표팀은 예상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국(전북)이 원톱에 섰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이근호(울산), 좌우 날개에는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이청용이 포진했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하대성(서울)이 짝을 이뤘다. 포백 수비라인은 박주호(바젤)-이정수(알 사드)-곽태휘(울산)-고요한(서울)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부상에서 돌아온 정성룡(수원)이 지켰다.
우즈벡은 한국을 꿰뚫고 있었다. 제파로프를 정점으로 왼쪽 날개 하사노프와 중앙의 투르수노프 등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쳤다. 카파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 공수를 조율했다. 철저하게 약점을 파고들었다. A매치 2경기 출전에 불과한 오른쪽 윙백 고요한을 집중 공략했다. 거친 플레이와 수적 우세로 중원을 장악했다. 이근호가 이동국과 투톱 형태로 포진하며 수적 열세에 시달렸다. 기성용 하대성으로는 5명이 늘어선 중원을 장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수세에 몰리다보니 실수를 반복했다. 흐름을 잃다보니 몸놀림도 둔화됐다.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우즈벡의 발목에 잡혔다.
세트피스 한 번 웃고, 두 번 울었다
세트피스는 가장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수단이다. 원정팀이 더 많은 준비를 한다. 하지만 우즈벡의 2골이 모두 코너킥에서 나온 것은 숙제로 남았다. 제파로프의 예리한 크로스가 두 차례 모두 투르수노프의 머리에 배달됐다. 전반 13분 우즈벡의 선제골은 기성용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14분 우즈벡의 동점골은 투르수노프의 헤딩으로 골로 연결됐다. 후반 11분 이동국의 역전골이 터진 후 3분 만에 허용한 실점이라 아쉬움이 컸다. 세트피스에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맨투맨 수비에서 자기가 맡은 선수는 철저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세트피스 수비는 불안했다.
'골넣는 수비수'인 주장 곽태휘가 전반 44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한 것은 우즈벡 골의 빛에 가렸다. '이동국 딜레마'도 아쉬웠다. 스트라이커는 한 방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는 골을 터트리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기대이하였다. 전반적으로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 중원에서 패싱력이 살아나다가도 이동국에서 멈췄다. 최 감독은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활용했지만 이동국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