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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부임 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동국, 그리고 지난 2월 쿠웨이트전 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박주영. 두 공격수가 함께 합류했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화두가 바로 '공존'이다. 대표팀이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공격 조합 중 두 선수의 동시 기용은 빼놓을 수 없는 카드임에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UAE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있었던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결국 이동국을 불러들였다. 당시 K리그 27경기 16골 15도움, 더욱이 열흘 전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8강전에서는 무려 4골을 기록한 이동국의 무력시위가 자연스레 '대표팀 복귀'라는 여론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전 회심의 슈팅을 끝으로 대표팀과 멀어졌던 이동국은 처음으로 조광래호에 승선했다.
조광래 감독은 UAE전 직전에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이동국을 원톱으로 내세웠고, 그 밑을 박주영-남태희-지동원이 받치는 4-2-3-1의 형태를 꾸렸다. 대다수 멤버들이 그동안 아시안컵을 포함해 월드컵 3차 예선, 평가전 등에서 발을 맞춰왔기에, '뉴 페이스' 이동국은 기존의 틀에 녹아들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부진 속에 이동국은 45분 만에 교체됐고, 이후 조광래호는 원톱에 지동원을 박주영-남태희-손흥민이 받치는 형태로 후반전에 돌입했다. 이동국이 빠진 대표팀은 전반전보다는 나은 흐름을 보인 가운데 박주영이 두 골을 터뜨려 2-2 무승부로 폴란드전을 마쳤다. 나흘 뒤 UAE전에서 후반 35분 박주영과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또 한 번 절실함을 발산했으나 더 이상 조광래호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한 달 뒤 레바논전 패배 이후 조광래 감독 또한 종적을 감추었다.
2012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 90분.
불과 100여 일 사이 대표팀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폴란드전 이동국에게 45분만을 허락했던 조광래 감독을 향해 "이동국은 90분을 기용해봐야 알 수 있다."라며 일침을 가했던 최강희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들어선 것. 그의 제자로 전북의 ACL 준우승과 K리그 2회 우승을 함께 일궈냈던 이동국은 또 한 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물론 처한 현실도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의 틀에 녹아들어야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이동국을 중심으로 공격진이 꾸려진 것이다.
지난 2월, 쿠웨이트전을 앞둔 최강희호는 최악의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과 마주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최강희 감독은 원 포인트 릴리프의 일환으로 전북 선수들을 대거 불러 모았고, 해외파는 박주영, 기성용, 이정수 세 명만을 차출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이동국-박주영은 최전방에 배치돼 한상운-김두현-김상식-이근호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이동국은 K리거로 동계 훈련을 소화했지만,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시즌을 온전히 뛰지 못했고 소속팀의 거부로 차출까지 늦어져 두 선수는 발맞출 기회도 없어 실전에 투입됐다. 두 선수의 공존에 물음표가 따랐음은 당연했다.
투톱이라는 기본적인 틀 아래 두 선수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으로 유동적이었다. 약간 처진 위치에서 뛰었던 박주영은 물론, 이동국도 굉장히 폭넓게 움직이며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생기는 공격 포지션의 공백은 오른쪽 날개였던 이근호가 빈번히 침투하며 기회를 잡아나갔다. 이동국은 '게으르다'던 국가대표 축구팬들의 평가를 눈앞에서 날려버렸고, 골까지 터뜨리며 최종 예선행에 크게 이바지했다. 박주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예 내려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고, 후반 19분 김신욱이 투입되자 측면으로 빠져 플레이했다.
다만 이번에도 팀 전체의 리듬감이 적잖이 떨어져 있었고, 두 선수의 공존도 썩 효과적이지 못했다. 김두현-김상식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했던 시스템에서 공격 전개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두 선수가 만들어낸 공격 장면도 부족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음에도 서로 볼을 주고받은 빈도는 극히 낮았으며, 움직임의 동선 또한 그다지 상호보완적이질 못했다. 박주영이 측면으로 가면서 이동국과의 스위칭을 꾸준히 가져간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오히려 이동국-이근호, 박주영-이근호의 호흡이 더 나아 보였던 것이 두 선수가 공존한 가장 최근의 모습이었다.
결정력, 패싱력, 제공권, 활동량 등 두 선수 모두 수준급 이상의 플레이를 해줄 수 있음엔 틀림없다. 한 선수만 택할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큰데, 그렇다고 두 선수 모두 활용하자니 조화롭게 녹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1+1≥2의 시너지 효과를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동국-박주영의 공존' 딜레마는 본프레레 전 감독 시절부터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유효한 셈인데, 당장 이번 우즈벡전에서 최강희 감독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만약 두 선수가 공존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