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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박주영 투톱 왜 공존하지 못할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08:31


이동국과 박주영(왼쪽).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박주영(셀타 비고)의 우즈베키스탄전 보직은 '특급조커'다. 이동국(전북)-박주영 투톱은 이번에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부수령이 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이동국-박주영 투톱의 공존 여부였다. 최 감독도 당초 이동국과 박주영을 투톱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두 선수의 공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결국 이동국 원톱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주영의 스페인 이적에 따른 훈련 부족이었지만, 결국 두 선수의 공존 해법을 찾지 못한 셈이다. 최 감독은 오히려 김신욱(울산)-박주영 투톱 카드를 플랜B로 삼았다.

이동국-박주영의 공존은 축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이론적으로는 성공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동국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움직임이 부족한 대신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골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박주영은 스트라이커지만 연계 능력과 센스가 뛰어나다. 좌우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에도 능하다. 객관적 평가만으로는 상호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동국 뒤를 박주영이 받치는 형태는 대다수의 축구팬들이 그리는 그림이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도통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동국이 중앙 공격수, 박주영이 윙포워드로 함께 했을때만 하더라도 두 선수는 각자의 득점포를 가동했다. 2005년 6월 쿠웨이트전에서는 나란히 골맛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투톱으로는 최악의 움직임을 보였다. 허정무 감독 체제였던 2009년 9월5일 호주전에서 이동국-박주영 투톱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기대 이하였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1년 10월 폴란드전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이동국이 빠지며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긴 박주영이 두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 감독도 올 2월 쿠웨이트와 3차 예선 때 이동국-박주영 투톱을 가동했다. 그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적이나 부상 등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이동국-박주영 투톱 공존 실패의 원인은 구조적인 부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밸런스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최근 한국의 주 포메이션은 4-2-3-1이다. 남아공월드컵부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톱을 중심으로 한 4-2-3-1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기용하기 위해서는 횡이 아닌 종으로 놓아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박주영이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전문 포워드다. 4-2-3-1 전술에서 3의 중앙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몫이다. 과거 프랑스에서 지네딘 지단, 현재 독일에선 메주트 외질이라는 특급 공격형 미드필더가 이 위치에 섰다.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 대신 포워드가 위치한다면 밸런스가 깨질 수 밖에 없다. 데니스 베르캄프 처럼 이타적인 공격수도 있지만, 포워드는 기본적으로 골에 대한 본능이 있다. 후방에 대한 걱정보다는 본능적으로 전방을 향해 뛰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밸런스가 무너진다. 4-2-3-1 포메이션의 탄생 배경은 공수밸런스 유지다. 공격수 숫자를 늘려 수비부담이 커지면 오히려 팀 전체가 흔들린다. 그렇다고 밸런스를 지키기 위해 공격수에게 수비 가담을 강요한다면 스트라이커를 두 명 둔 의미가 없어진다.

스타일의 변화도 한 몫을 했다. 이동국과 박주영 모두 스타일상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동국은 연계플레이에 눈을 떴다.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패스를 주고 받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시즌에는 도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박주영도 2선에서 볼을 잡아 플레이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방에서 몸싸움을 즐기며, 공중볼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 타입으로 변화했다. 전방에 있어야 할 이동국은 내려오고, 뒤에 있어야 할 박주영이 올라오니 그 과정에서 두 선수간 동선이 겹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훈련을 통해 해소할 수 있지만, 두 선수는 충분히 호흡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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