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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또 다시 잔칫상만 차리진 않는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07 10:49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과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의 평가전이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 이근호가 멋진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후 김형범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안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또 다시 잔치상만 차리진 않는다.'

이근호(27·울산)에게 2년 전은 아픔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최종명단에서 사라졌다. 그는 '허정무호의 황태자'였다. 최종예선 6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최다 득점자에 등극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종엔트리 탈락 통지서를 받아들고 말았다. 잔치상만 차리고 정작 중요한 잔치에는 참석하지 못한 셈이 됐다.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선수는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할 임무가 있다. 그것이 선수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길"이라고 밝혔다.

2년여가 흘렀다. 상황은 2010년과 동색이다. 이근호는 '최강희호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다. 2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2대0)에서 쐐기골을 넣었다.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선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4대1 승리를 책임졌다. 8월 잠비아와의 친선경기(2대1 승)에서도 혼자 두 골을 터뜨렸다. 최강희호 출범 이후 최다 득점(5골)을 달리고 있다.

이근호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였다. 그동안 최강희호에서 이근호의 역할은 윙어였다. 최전방 공격진에는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등 타깃형 스트라이커들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건재했다. 무엇보다 정강이 골절상을 당해 지난 1년여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이청용(볼턴)의 공백을 메우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이청용이 부상을 털어내자 최강희 감독이 그를 곧바로 호출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복귀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박주영(셀타 비고)이 기다리고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불안함이 엄습했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담당하게 될 경우 이근호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섣부른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2년 전의 이근호가 아니었다. 어느 공격 포지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동갑내기 박주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파괴력이다. 이근호의 경쟁력은 7일 대표팀 훈련에서 나타났다. 이근호는 주전 조에 속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그간 이청용이 없었지만 이근호가 측면 공격수의 역할을 잘해줬다. 이근호는 중앙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섀도 스트라이커에 딱 들어맞는 선수다. 공격력은 두말할 것 없다. 높은 골 결정력은 이미 증명됐다. 최 감독이 주문하는 것은 수비력이다. 이근호는 수준급의 포어체킹(전진 수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한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강하게 압박한다. 패스의 시발점부터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또 다른 장점은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 상대 수비수들이 바짝 붙어서 대인마크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이근호가 수비수들을 데리고 중앙으로 내려오면 뒷 공간이 열리게 된다. 공간창출 능력도 뛰어나다.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얻어내는 기술도 좋다. 이근호의 팔색조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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