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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레타에 막혀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박지성의 임무는?
지난 1~2 라운드에서 박지성을 중앙에 배치했던 마크 휴즈 감독이 이번 맨시티 원정에선 그라네로-푸를린으로 중앙을 꾸리며 박지성에겐 왼쪽 측면 자리를 부여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돌파를 즐기는 클래식 윙어 스타일보다는 중앙으로 들어오며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 더 어울리는 선수였고, 실제 플레이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다. 스완지의 좌우 측면 라우틀리지-다이어가 중앙으로 들어와 패스 길을 형성해주는 것처럼 박지성 또한 중앙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았고,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하곤 했다.
QPR이 이적 시장 마감 직전까지 분노의 영입을 이뤄냈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한데 모을 응집의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시즌 우승을 맛 본 선수들 대다수가 남아 EPL 2연패를 노리는 맨시티 원정을 떠났으니 오죽했을까. 공이 둥글다고는 하나 지난 시즌 17위로 겨우 EPL 생존 신고를 한 QPR과 맨시티의 차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다.
두 팀의 차이는 경기장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만치니 감독이 원톱 제코 밑에 배치한 나스리-테베즈-실바는 1.5선 침투를 주특기로 하는 선수들이었고, QPR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은 중앙 수비와의 빈공간으로 파고드는 이들을 막는 데 상당히 고전했다. 맨시티의 공격이 슛팅으로써 끝났다고 해도 QPR에 기회가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 밑에서 '압박'이라는 무기로 버티고 있던 야야 투레-로드웰은 QPR의 공격 전개 능력으로 넘기엔 상당히 버거운 라인이었다.
이러다 보니 박지성의 본래 위치였던 측면이나, 이동한 위치였던 중앙이나 연결되는 패스의 빈도가 낮았음은 물론이다. 박지성 뿐 아니라 팀 전체의 리듬이 죽어 있던 처지에 마냥 주장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책임을 박지성에게 돌릴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선 지난 시즌 2위 맨유가 아닌 17위였던 QPR 소속으로 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고 있음이 서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1무 2패 절망 속 윙어 박지성의 희망도 보았다.
지난 주중 3부 리그 월솔을 상대로 3-0 분풀이 승리는 거뒀지만, 아직 EPL 무대에선 첫 승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맨시티에 이어 첼시, 토트넘도 QPR 자판기 앞에서 승점을 뽑아먹기 위해 순번에 맞춰 대기 중이니 가능성은 더욱더 희박해 보인다. 주장 박지성의 시름도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 윙어 박지성의 모습을 통해 희망도 보았다는 생각이다. 박지성이 볼을 받기 위해 중앙으로 이동할 땐, 그 빈공간으로 파비우가 뛰어들었으며, 박지성은 그를 향해 창조성이 깃든 패스를 제공하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기존의 호일렛과 막키가 측면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다 팀 동료에 연결할 타이밍을 놓쳤고, 이미 상대 선수들이 형성한 수비 블럭, 소위 '죽어있는 공간'에 빠져들어 볼 소유권을 빼앗겼던 것과는 분명 달랐다. '팀'으로서의 플레이가 약했던 점을 되짚어본다면 QPR로선 분명 의의를 둘 만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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