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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리그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기세는 1일에도 이어졌다. FA컵 4강전, 상대는 초호화 진용을 자랑하는 울산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다. 무대도 원정이었다. 최 감독은 8강전에서 받은 레드카드로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예상을 깼다. 경남은 울산을 3대0으로 완파했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FA컵 결승전에 올랐다.
'최진한 매직'이었다. 황무지에서 꽃이 만개했다. 경남은 올시즌 모진 풍파를 만났다. 매년 40억원씩을 지원하던 메인스폰서 STX가 후원금액을 2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경남도청에서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 직원과 코칭스태프에게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댈 곳이 없었던 최 감독도 사표 제출에 동의했다.
최 감독은 'FA컵 올인'을 선언했다. 정규리그의 경우 그룹A에 포진한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FA컵 우승은 팀의 미래와 직결된다. 경남은 그동안 열악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타 선수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윤빛가람 김주영 루시오 등이 팀을 떠났다. 올시즌 초반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를 먹었다.
희망이 꿈틀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경우 재정이 더 튼튼해 질 수 있다. 최 감독은 "우리처럼 재정이 열악한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우승이 절실하다. 메인스폰서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구단을 잘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고독한 길을 걸었다. 그 길은 진행형이다. 최 감독이 일군 기적은 K-리그의 새로운 빛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