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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이적 요청, 해프닝으로 마무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16:14 | 최종수정 2012-09-03 16:18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포츠조선DB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의 골 세리머니는 실력만큼 화려하다. 다소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세리머니는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양념이지만, 상대팀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다. 세리머니는 호날두가 축구를 즐기는 또다른 이유였다.

이런 호날두가 갑자기 침묵했다. 호날두는 3일(한국시각)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가진 그라나다와의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팀의 3대1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첫 승이자, 호날두 자신이 2009년 프리메라리가 진출 이래 3년 만에 150호골을 작성한 순간이다. 평소의 호날두라면 요란한 골 세리머니로 팬들을 열광시켰을 법하다. 그러나 호날두는 아무런 세리머니 없이 돌아섰고, 후반 20분 부상을 이유로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남긴 멘트도 묘했다. "팀을 위해 중요한 골을 넣고 첫 승을 거둬 기쁘다. 하지만 슬프다. 클럽에 있는 이들은 이유를 알 것이다." 궁금증이 폭발한 취재진의 질문세례에도 호날두는 일절 대답없이 유유히 믹스트존을 빠져 나갔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 역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최상이 아니다. 이겼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해 호날두를 둘러싼 의문은 점점 커졌다.

곧 이유가 밝혀졌다. 스페인 라디오 방송 카데나세르는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팀 내에서 다수의 동료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미 지난달 31일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호날두는 같은 포르투갈어권(브라질)에서 온 페페, 마르셀루와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이 최근 사소한 논쟁 끝에 관계가 틀어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현재 호날두는 대부분의 팀 동료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겨울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름 이적시장이 지난달 31일 마감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2013년 1월 1일까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로 뛰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과연 호날두를 이적시장에 내놓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호날두를 앞세워 라이벌 FC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팀의 중심축이자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호날두를 내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 설령 내놓는다고 해도 2009년 맨유에서 호날두를 획득할 때 쓴 9600만유로(약 1364억원) 이상을 감당할 만한 팀도 찾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호날두의 이적 요청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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