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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인-호날두. 바르샤도 잡고 슈퍼컵도 잡다.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08-30 10:45


사진=레알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팀과 코파 델 레이 우승팀이 맞붙는 수페르코파, 정규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레알이었고, 상대가 바르샤였기에, '우승컵'보다 중요할 수 있는 '자존심' 하나를 위해 꼭 이겨야 할 경기이기도 했다. 엄청난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었지만, 주중-주말-주중 연전에 이어 또 주말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도 전력을 다해 맞설 가치가 있는 경기였고, 그 주인공은 4년 3개월 만에 안방에서 승리를 거둔 레알이 됐다.

11명 중 4명을 바꾼 레알, 그 효과를 톡톡히 보다.

선발 라인업으로 눈길을 끌었던 쪽은 레알이었다. 바르샤가 알베스 대신 호르디 알바를 넣어 좌우 측면 수비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게 전부였다면 레알은 지난 1차전과 비교해 4명, 주말 헤타페전과 비교해서는 2명에 변화를 주었다. 지난 1차전 왼쪽 수비였던 코엔트랑 대신 마르셀로가, 중앙 수비 라울 알비올 대신 페페가, 오른쪽 미드필더 카예혼 대신 디 마리아가, 원톱 벤제마 대신 이과인이 무리뉴 감독의 간택을 받았다.

이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누릴 수 있는 특수가 경기 시작부터 확연히 드러났다는 점이 레알의 기세를 등등하게 했다. 특히 수비진에서의 약진이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공격의 심지가 돼 불을 붙여나간 마르셀로는 초반부터 이과인에 결정적 패스를 제공하는 등 왼쪽 측면을 헤집으며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였고, '메시 잡는' 페페 역시 확실히 안정된 중앙 수비를 구축해내며 바르샤의 전반 슈팅을 3개로 막아냈다. 디 마리아는 역동적인 플레이로 공-수 양면에 공헌했고, 이과인은 선제골을 터뜨려 바르샤 사냥의 서막을 열었다.

바르샤의 뒷공간 노출, 연쇄 작용을 불러일으키다.

이미 전반 2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레알은 두 골이나 몰아넣었다. 한 골은 마스체라노가, 다른 한 골은 피케가 볼을 확실히 처리하지 못한 탓에 내줬는데, 이 패스가 모두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에 의한 것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단 골 장면뿐 아니라 바르샤가 처한 위기 역시 대다수가 뒷공간으로 떨어지는 롱패스에서 나왔다. 1차전 당시엔 볼을 주는 선수나, 받는 선수나 폼이 살지 않아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장면이 오늘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나왔다.

레알의 이러한 공격 패턴은 골 장면, 위기 장면 이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바로 전반 28분 뒷공간으로 홀로 뛰어드는 호날두를 잡아챈 아드리아누가 한 골과 바꾼 퇴장을 당한 것. 이후 바르샤는 측면 공격수 산체스 대신 측면 수비 몬토야를 넣어 플랫 4를 유지해 나갔고, 사비가 주로 밑으로 내려와 부스케츠와 동일선상에 머물며 공격 시에는 4-2-3, 수비 시엔 4-4-1에 가까운 전형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주특기인 짧은 패스의 반복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르샤는 왜 이렇게 뒷공간을 내주며 고전했을까. 1차전에 비해 바르샤가 못한 경기는 아니었다. 볼을 소유했고, 훌륭한 탈압박과 공격 전개를 보였으며, 레알의 수비 진영으로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 점유율도 63%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슈팅으로써 공격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볼을 소유권을 내준 직후 전방 압박에 실패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지체 없이 살아나온 레알의 패스는 발 빠른 공격수에 연결돼 더없이 좋은 스피드 경합의 기회가 되었다. 그만큼 레알이 준비를 잘하고 나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다.


급할 것 없었던 레알 vs 무리할 수 없었던 바르샤.

바르샤에 닥친 이 모든 악재가 어쩌면 1차전이 끝나기 직전 발데스의 어이없는 실수로 내준 추가 실점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이런 바르샤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자가 있었으니, 바로 에이스 메시. 전반전이 끝날 무렵, 왼쪽 포스트 쪽으로 멋스럽게 감아낸 슈팅이 카시야스의 손을 통과해 골문을 흔들었고, 다시 바르샤에 추격의 기회를 제공했다. 아직은 끝이 아니었다.

전반전이 '1차전 승리로 우위에 섰던 바르샤 vs 무조건 골이 필요했던 레알' 양상으로 이어졌다면, 후반전은 '급할 것 없는 레알 vs 무리할 수 없는 바르샤' 양상으로 이어졌다. 레알은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렸고,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든 역습에 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었던 바르샤는 무리하게 공격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김상호 전 강원 감독이 했던 "작정하고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상대를 손쉽게 뚫어낼 팀은 사실상 없다. 바르샤라도 말이다."는 말이 절절히 느껴지던 시간대였다. 더욱이 한 명 부족한 10명으로 절대 만만찮은 레알을 상대해야 했으니 오죽했을까.

그 상황 속에서도 피케는 깊숙이 올라와 오버랩에 참여했고, 메시는 아래로 내려와 볼 배급에 힘썼다. 바르샤가 단 한 번의 슈팅 기회도 못 잡을 정도로 무력했던 건 아니었다. 페드로가 결정적인 기회를 두 번 정도 잡았고, 또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한 후반 30분 이후 테요 또한 절호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다만 카시야스를 끝내 무너뜨리지 못하며 두 번째 엘클라시코를 내줘야만 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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