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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 다다른 K-리그, 스플릿시스템 결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8-27 17:08 | 최종수정 2012-08-28 08:50


인천과 제주의 경기가 26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무승부로 경남에 밀려 그룹A 진출에 실패한 인천선수들이 경기 뒤 허탈해 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숨가쁜 경쟁은 끝났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2012년 K-리그가 정규리그 30라운드 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으로 전환한다. 스플릿 시스템은 2013년부터 시작될 K-리그 승강제를 위한 발판이다. 리그 구분이 마무리 됐고, 기본적인 틀도 완성됐다. 위력은 지난 30라운드에서 이미 한차례 증명이 됐다. 프로연맹은 이번 주 내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우열반 나뉜 K-리그, 천당 혹은 지옥

스플릿 시스템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에서 시행 중인 제도에서 착안했다. 정규리그 순위에 따라 상하위 리그를 나누어 그룹별 경기를 통해 최종순위를 확정하는 식이다. 16개 팀이 포진해 있는 K-리그는 팀 당 30경기씩을 진행한 뒤 1~8위가 상위리그(그룹A), 9~16위가 하위리그(그룹B)로 나뉜다. 이들은 그룹별로 팀당 14경기 씩을 더 갖게 된다.

최종 순위에 따라 천당과 지옥이 결정된다. 그룹A 1위 팀은 K-리그 우승 상금 5억원과 함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2, 3위팀에게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폐지됐다. 그룹A가 영광을 좇는 자리라면, 그룹B는 그야말로 생존을 건 피말리는 경쟁이 펼쳐진다. 그룹B 7, 8위 팀은 내년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2부리그로 강등된다.

스플릿 시스템, K-리그 흥행 새 엔진

올 시즌 처음으로 도입한 스플릿 시스템의 효과는 일단 흥행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팬들의 관심이 몰렸다. 29라운드 8경기에는 총 4만1271명, 경기당 평균 5159명이 입장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긴장감이 고조된 30라운드에는 8경기 총 7만3549명, 경기당 평균 9194명이 입장하면서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30라운드 총 관중, 평균관중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 30라운드 중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9라운드는 주중, 30라운드는 주말에 열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전 라운드와 비교해 보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상위리그 마지막 남은 한자리에 도전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구장의 경우,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1만4033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스플릿 리그의 열기는 정규리그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그룹A에서는 결과에 따라 8위 팀도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대부분의 상위권 팀이 정규리그 막판 체력 비축과 전력 누수 최소화에 신경을 쓴 이유다. 정규리그 30경기를 마친 현재 서울이 승점 64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전북(승점 59)과는 승점 6 차이다.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룹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위 전남(승점 29) 15위 상주(승점 27) 등 4팀이 승점 2점 내에 다닥다닥 포진해 있다. 매경기 결승전 같은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스플릿 시스템, 중위권 동기부여 과제

스플릿 시스템 8강 진입을 위한 치열한 4파전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인천 대구 성남 등 그룹B로 떨어진 팀들의 허탈감이다. 우승의 꿈이 사라졌다. 프로에게 동기부여는 절대적이다. 최하위 강원(승점 25)과 11위 성남(승점 37)의 승점 차는 12점이다. 무려 4경기 차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도, 강등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12월까지 모진 14경기를 치러내야 한다. 강등될 2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중위권 팀들을 향한 안팎의 관심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그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K-리그가 모델 삼은 SPL의 경우 12개팀이 정규리그 33라운드를 치른 후 스플릿시스템으로 단 5라운드를 치른다. 충분한 경기수를 통해 순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후 긴박감 있게 스플릿 리그를 치러 우승 및 강등팀을 속전속결로 결정한다. 석 달 가까이 14경기를 이어가는 것은 절박한 강등권 팀에게는 기회지만, 희망없는 중위권 팀들에게는 무의미한 '고문'일 수 있다.

그룹B 상위권에 포진한 팀의 경우 팀 목표보다 개인기록으로 동기를 부여하자는 관점도 유효하다. 리그는 그룹A와 그룹B로 분리되지만 골, 어시스트 등 개인기록은 통합 운영한다. 극단적인 예로 그룹B에서 득점왕이 탄생하는 흥미로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14경기라는 경기수를 생각하면 이 역시 다소 불합리하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수비조직력을 갖춘 하위팀들과의 맞대결은 골, 어시스트 등 개인기록을 작성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우승의 꿈이 사라진 인천 대구 성남 등 중위권 감독들은 곤혹스럽다. 선수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낼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러다 자칫 강등이라도 당하면 망신이다. 적어도 내년 시즌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바늘방석'을 버텨내야 한다.
전영지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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