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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외롭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춰야 하는 자리다. 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46)의 현역 시절과 지도자 인생에는 항상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좋은 선수와 수석코치였지만, 해외연수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않았던 그를 바라보는 이들은 없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얼어붙었던 선수들의 마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끈끈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설기현과 김남일이 직접 나서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주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이뤄졌다. 기적은 끝이 아니었다. 7월부터 가진 10경기서 8승(2패), 8월에는 전승(5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 순간 위기가 찾아왔다. 전북 현대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해 8강행의 명운이 걸린 제주 유나이티드전 벤치에 앉지 못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힘을 믿었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바람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마지막까지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다. 후회없이 싸우는게 최종 목표다."
염원했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위리그 한 자리는 경남FC의 차지였다. 인천은 제주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관중석에서 노심초사했던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힘을 짜낸 만큼 후회는 없었다. "최하위였던 팀 순위가 9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수들의 불꽃 같은 투혼이 있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가슴 한 구석의 아쉬움까지 지울 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스플릿 시스템 B그룹에서 김 감독은 인천을 강등의 나락에서 지켜내야 한다. '김봉길 매직'은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