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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리스마 포기한 박지성의 수다, QPR 살린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8-26 17:37 | 최종수정 2012-08-27 09:55


박지성.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박지성(31)은 조용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2008년 허정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주장을 맡으면서 그의 리더십이 새롭게 인정받았다. 홍명보 이운재 김남일 등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주장들과는 다른 유형이었다. 스타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솔선수범형 리더였다. 앞장서서 리드하기보다 뒤에서 묵묵하게 따르는 박지성의 성격이 영향을 미쳤다. 선수단 미팅 때는 장광설보다는 짧고 간결하게 할 말만 전달했다.

하지만 조용함을 걷어냈다. 누구보다 말을 많이 하는 '수다쟁이'로 변신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각) 노르위치시티와의 정규리그 2라운드(1대1 무)에서 보여준 QPR의 주장 박지성의 모습이었다. 90분 내내 박수를 치며 동료들의 집중력을 한 곳에 모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억울한 판정이 선언되면 주심에게 달려갔다.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아직 팀이 완벽한 상황이 아니었다. 리빌딩이 갑자기 이뤄지다보니 조직력은 모래알이었다. 18일 스완지시티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드러났다. 0대5 참패를 당했다. QPR 내부에는 섬이 많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제각각이었다. 노르위치시티전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은 경기력을 떠나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의 정신력을 먼저 보듬었다. 주장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했다. 박지성은 "주장이라는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 면에서도 주장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경기 초반 다소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다. 팀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뒀다. 그러면서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전반 38분을 기점으로 공격 본능을 깨웠다. 아크 서클 오른쪽에서 볼을 잡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저돌적인 돌파를 시도한 뒤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아쉽게 상대 수비수에 막혔다. 후반에는 완전히 살아났다. 공수를 조율하면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많은 활동량을 이용했다. 공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패싱력도 향상됐다. 최전방으로 송곳같은 패스를 연결했다. 프리키커로도 나섰다. 후반 15분 아크 서클에서 15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문전으로 배달했다.

존재감은 컸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드 파트너인 삼바 디아키테가 부진하면서 그 공백까지 메워야 했다. 박지성은 "첫 경기보다 좋아졌다. 긍정적이다. 그러나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팀이다. 앞으로 좀 더 나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시즌 개막전보다 모든 면에서 향상을 이룬 박지성의 모습은 영국 언론도 인정했다.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 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평점 7을 부여했다. QPR에서 평점 7은 박지성과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뿐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평점 6에 머물렀다. 이 매체는 박지성에게 '훌륭한 시야를 보여줬다(Great vision)'라는 코멘트도 곁들였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포기한 박지성. 그의 수다는 QPR 동료들의 심리 뿐만 아니라 성적에도 영향을 끼칠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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