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경훈 감독이 밝힌 제주 원정징크스의 비밀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24 16:08 | 최종수정 2012-08-24 16:08


박경훈 제주 감독.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6.30/

박경훈 제주 감독은 대뜸 한 인터넷에서 찾은 문서 얘기를 꺼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럭비팀이 만든 원정 경기에 분석집이었다. 박 감독은 흥미로운 대목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분석집을 살펴보니 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차적응이 아니었다. 기후, 습도 그리고 토양에 대한 적응이 먼저였다"고 했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제주로서는 눈길이 쏠리는 분석이다.

제주의 올시즌 원정징크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K-리그 29라운드 현재 14번의 원정경기에서 단 2승(7무5패)을 올리는데 그쳤다. 지난 4월 21일 이후에는 6무4패의 지독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안방에서 9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원정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한때 리그 선두까지 넘봤던 제주의 성적은 어느새 7위까지 추락했다. 초반 벌어놓은 승점이 아니었다면 치열한 8강싸움에 휘말릴 뻔 했다.

계속된 원정징크스에 박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동에 따른 피로라고 생각했다. 제주에서 원정길은 쉬운 여정이 아니다. 공항에서 짐 싣고, 대기하는데 한시간이 소요된다. 팀사정을 생각해 빽빽한 저가항공을 타고 내리면 진이 빠진다. 여기에 공항이 근처에 있는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광양 등은 다시 한번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두배의 고충이 있다. 박 감독은 "남들이야 1년에 한번이면 되지만 우리는 절반을 이렇게 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단순히 피로감 때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가 유난히 부진한 곳이 있다. 선수들이 얼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플레이를 펼친다. 아마도 분석집에 나온데로 기후나 토양 차이에 따른 미세한 신체리듬의 변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역으로 상대편들이 제주에 와서 힘을 못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이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를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예정이다. 그래서 원정 전략을 다시 한번 짜보겠다고 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상대의 전술과 전력에 대응해 전술을 짰다. 그러나 분석 결과 우리가 힘을 잘 쓸수 없는 곳이 있다면 그때는 공격 축구 대신 철저한 실리 축구를 펼칠 것이다. 전술적으로도 조금 더 촘촘히 한다면 원정징크스를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플릿 이후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는 제주. 제주가 정밀한 분석으로 그동안 발목을 잡은 원정징크스를 넘을 수 있을지. 후반기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