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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수원, 라이벌전 결과는 치명적이다.
나흘 만인 22일 전남을 맞닥뜨렸다. 전남은 15위로 하위권이지만 감독 교체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하석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극약처방이었다. 시스템이 달라지고, 눈도장을 받기 위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 감독은 데뷔전인 19일 경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11경기 연속 무승(2무9패)에서 탈출했다. 상승세였다.
쉽지 않은 원정길이었다. 자칫 연패의 늪에 빠져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후유증은 없었다. 최용수호는 강했다. 서울은 전남을 3대0으로 완파했다. 에스쿠데로에 이어 데얀이 2골을 폭발시켰다. 데얀은 수원전에서 후반 28분 교체되자 벤치가 아닌 라커룸에 직행하면서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한 경기 만에 우려를 깔끔히 털어냈다.
비결은 뭘까. 상처는 홀로 씻는다. 최 감독도, 선수도 마찬가지다. 함께 훈련하는 자리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훈련한다. 분위기 전환에 특효가 있다. 선수들의 의지도 특별하다. 주장 하대성이 중심이 된다. 데얀, 몰리나, 아디, 에스쿠데로 등 외국인 4총사는 더 한국적인 사고로 팀에 녹아있다. 동료들간의 두터운 신뢰는 설명이 필요없다. 최 감독의 맞춤형 용병술도 빛을 발한다. 1대1 면담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전남전을 앞두고는 데얀과 얘기꽃을 피웠다. 이렇다보니 판이 벌어지면 살인적인 일정에도 선수들은 한 발 더 뛴다. 집중력도 배가된다.
최 감독은 "수원전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여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선수들이 패닉 상태가 됐었는데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선수들이 너무 지치고 에너지를 많이 쏟아내 그냥 편안하게 내버려뒀다"며 웃었다. 또 "데얀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작년에는 몰리나가 '서울극장'을 많이 만들었는데 올해는 데얀이 몇차례 극적인 버저비터골을 넣었다. 여기까지 포인트를 쌓아오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인데 내가 그걸 헤아리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자신을 돌아봤다. 되는 팀은 다 이유가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