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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전역' 김기희 직격 인터뷰 "경기에 출전 못했다면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8-21 18:35 | 최종수정 2012-08-22 09:21


김기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대구FC

일본과 벌인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이 열리던 지난 11일 새벽(한국시각). 경기가 열리기 전 각종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 리스트에 '김기희'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90분이 지난 뒤 '김기희'는 검색어 최상위에 자리했다.

한-일전이 있기 전까지 김기희는 홍명보호에서 유일하게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선수였다. 병역법상 팀이 메달을 따더라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선수는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김기희의 출전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기희는 2-0으로 앞서던 후반 종료 직전 구자철을 대신해 들어갔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가 끝나고 네티즌들은 '4분 전역 김기희'라는 재미있는 게시물을 만들기도 했다. 15일 소속팀 대구FC로 돌아온 김기희는 22일 강원과의 K-리그 29라운드 홈경기를 준비중이었다. 그와 만나 올림픽 뒷얘기를 들어봤다.

김기희에게 올림픽은 하나의 덤이었다. 김기희는 시리아와의 최종평가전(6월 7일, 3대1 승리)에서 2골을 넣었다. 최종 엔트리 합류를 반신반의했다.

역시나였다. 6월 29일 발표한 최종엔트리 18명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김기희의 편이었다. 7월 11일 올림픽대표팀이 내셔널리그 인천코레일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수비수 장현수가 왼쪽 무릎 내측 인대를 다쳤다. 홍명보 감독은 다음날 선수 교체를 발표했다. 김기희였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김기희가 10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지동원과 교체되며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김기희는 후반 마지막 경기에 뛰면서 병역면제 자격을 갖게 됐다.

20120810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d
한-일전을 앞두고 김기희만 출전 시간이 '0분'이었다. 다들 동메달 획득과 동시에 김기희 출전을 바랐다. 김기희는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이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걱정이 많았다고 하시더라. 사실 나는 그 때 내가 못 나갔어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런던에서 이 멋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사실 김기희의 출전 타이밍은 브라질과의 준결승이었다. 0-3으로 뒤진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교체는 모두들 김기희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서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기희는 "내가 들어가서 혹여나 골을 더 허용하면 3-4위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유행한 김기희 패러디 사진.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후반 종료 직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홍명보 감독은 '들어가서 키 큰 일본선수(스기모토 켄유)를 막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이 없었다. 골을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헤딩 3번 한 것 같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제 정신으로 돌아오더라"고 했다.


이제 대구의 8강으로 사랑 돌려줄 터
김기희가 대구의 8강을 다짐했다. 사진제공=대구FC
김기희는 이제 받은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이다. 첫번째는 대구의 8강 진출이다. 스플릿 전까지 2경기만을 남겨놓았다. 대구는 인천과 승점이 같다. 다만 골득실차에서 뒤져 9위에 랭크되어 있다. 김기희는 "2경기 뒷문을 든든히 지키겠다. 대구를 8강에 올리면 어느정도 보답하는 것이다"고 했다.

A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접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체력과 집중력을 더 키워야 한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면 A대표팀도 따라올 수 있다"고 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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