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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이메일' 조중연 체제 실책 퍼레이드 완결판, 이젠 정리하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8-17 17:05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과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사과서신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7/

자고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한 번도 아니다. 여러차례 경고음이 울렸다. 그때마다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했다. 브레이크는 없었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에 대한민국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을 새도 없었다. 피눈물로 바뀌었다. 그들이 잔칫집에 또 재를 뿌렸다.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일본에 전달한 대한축구협회의 저자세 굴욕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민심은 치를 떨고 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의 레임덕, 김주성 사무총장의 독선이 합작한 '실정 퍼레이드의 완결판'이었다. 시계를 조금만 거꾸러 돌려보자.

2011년 12월~2월 : 비리직원 특별위로금 지급

세상이 비웃었다. 축구협회는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을 지불하고 퇴직시켰다. 지난 연말의 사건이 뒤늦게 발각됐다. 김진국 전무가 사퇴했다. 대한체육회의 특별 감사를 받았고, 뒤늦게 회계 담당 직원을 고소했다. 조 회장은 사죄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 교체 문제 등으로 협회가 집중 비판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금전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협회의 이미지 추락이 염려돼 문제를 봉합하는 고육지책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7일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경질도 상처였다. 과정에서 법과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자본과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렸다. 기술위원회 논의 없이 의사결정 구조는 몇몇 수뇌부의 밀실 야합으로 이뤄졌다. 축구협회도 절차상의 하자를 시인했다. 누워서 침뱉기였다. 황보관 기술위원장도은 "축구에서 스폰서는 아주 중요하다. 고려가 있었다"고 해 논란이 됐다.

2012년 4월 : 인사는 '그 나물에 그 밥'

조 회장은 임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또 권력을 휘둘렀다. 김 총장이 배후에서 조종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부단장 출신인 김석현씨를 신설된 사무차장으로 영입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그는 20여년간 축구계에서 닳고 닳았다. 쇄신과는 거리가 먼 인사였다. 1988년 대우로얄즈 프로축구단에 입사, 홍보, 마케팅, 기획팀장을 거쳐 부산 아이콘스(현재 아이파크)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어 인천 구단 초대 사무국장을 맡은 후 2006년 부단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인천의 부실'에 책임이 있지만 홀로 탈출했다. 인천은 올초 선수단과 구단 직원의 월급이 체불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연결 고리는 단 하나였다. 김 총장이 현역 시절 선수와 프런트로 호흡을 맞췄다. 축구협회 내부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조직이 정리됐다.


2012년 5월 : 에닝요 특별귀화 신청

주먹구구 행정은 또 본전을 찾지 못했다. A대표팀에 발탁하기 위해 브라질 출신의 에닝요(전북)의 특별귀화를 신청했다. 체육회가 한 차례 기각하자 발끈했다. 법무부 장관 면담 및 체육회 추천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4년제 대학 총장 등 외부인사들과 접촉해 문제를 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주무부처가 등을 돌렸다. 법무부 측은 "체육우수 인재 특별귀화 추진 대상자가 체육회가 아닌 다른 단체의 추천을 받는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체육회 재심 요청을 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재심 요청도 기각됐다. 에닝요는 K-리그에서 생활한 지 6년여가 흘렀지만 한국어 실력은 낙제점이었다. 귀화는 민감한 문제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 귀화를 신청해도 늦지 않았다. 조정 역할은 없었다. 교통정리가 안된 문제로 다시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예고된 인재였다.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은 대한민국을 스스로 부정했다. 제목으로 단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들어갔다. 원문은 충격적이었다. 독도 세리머니를 사고를 규정한 후 유감을 뜻을 전했다(I would like to cordially convey my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 분명한 사과의 메시지였다. 마지막에는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달라(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는 식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영문법 오기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 축구협회의 암울한 현주소다.

내년 1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축구협회는 방향을 잃었다. 조 회장은 영이 서지 않은 지 오래고, 김 총장이 독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이메일 파문은 김 총장의 작품이다. 조 회장은 자필 사인으로 추인했다.

조 회장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했다. 축제를 만끽할 시기에 의원들에게 질타를 당했다. 조 회장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이제까지 일어났던 무수한 사고 때의 대답과 똑같았다. 남경필 의원(새누리당)의 거듭된 책임 추궁이 이어지자 조 회장은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책임이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글쎄요"라고 했다. 재차 책임 문제가 거론됐다. 요지부동이었다. 조 회장은 "일단은 박종우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뻔뻔한 태도에 남 의원은 다시 한번 더 물었다. 그제서야 "책임져야할 사항이면 책임도 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색채가 더 진했다. 무너져버린 대한민국의 자존심보다 자신의 자리 보전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안된다. '조중연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선거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다. 조 회장은 물론 김주성 사무총장, '낙하산 인사'인 김석현 사무차장은 이제 판을 정리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다보면 한국 축구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오판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음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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