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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전]이근호를 위한 무대, 최강희호 실험 결과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8-15 22:11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과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의 평가전이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 이근호가 멋진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후 김형범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안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5/

후반 23분 그라운드를 떠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우들의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은 A대표팀에도 자극제였다. 절친인 박주영(27·아스널)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순도 100% K-리거로 구성된 최강희호의 주인공은 이근호(27·울산)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그는 최강희호에서 완벽 부활했다. 잠비아전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 이근호는 광복절인 15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잠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홀로 2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한국은 올초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전통의 강호 세네갈, 가나, 코트디부아르를 꺾고 기적적으로 우승한 잠비아를 2대1로 꺾었다.

이근호는 6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 카타르(4대1 승·2골), 레바논전(3대0 승·1도움)에서 2골-1도움을 기록했다. 기세는 쉼표가 없었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절정의 감각을 자랑했다.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빛을 발했다. 카타르전에선 오른쪽 날개, 레바논전에선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잠비아전은 오른쪽 미드필더에 섰다. 포지션 파괴의 중심이었다.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활로를 개척했다. 전반 16분 첫 골은 김형범의 프리킥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다. 후반 2분 결승골은 중앙으로 이동, 김정우의 힐킥을 강력한 왼발 슛으로 응수했다.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구석에 꽂혔다. 이근호는 이날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됐다.

이틀 훈련 후 치른 A매치다. 최 감독은 무리수를 피했다. 시즌을 앞둔 유럽파, 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을 아꼈다. 이근호를 비롯해 곽태휘 김신욱(이상 울산) 이동국 김정우(이상 전북) 등 5명만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한 멤버들이다.

실험의 초점은 A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였다. 최종엔트리는 한정돼 있다. 해외파들이 가세하면 국내파의 숫자가 줄 수밖에 없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는 늘 대비해야 한다. 부상은 그라운드의 숙명이다. 플랜 B와 C를 염두에 둬야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이날 골키퍼 김용대(서울)를 제외하고 17명을 풀가동했다.

처음으로 4-4-2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이동국과 김신욱이 투톱으로 출격했다. 좌우 날개에는 이근호와 김형범(대전), 중앙 미드필더에는 김정우와 하대성(서울)이 포진했다. 중앙 수비에는 곽태휘와 정인환(인천)이 짝을 이룬 가운데 좌우측 윙백에는 박원재(전북)와 신광훈(포항)이 섰다. 골문은 김영광(울산)이 지켰다. 후반에는 김진규 고요한(이상 서울) 이승기(광주) 황진성(포항) 송진형(제주) 심우연(전북)이 차례로 투입됐다.

투톱은 교체없이 풀가동했다. 하지만 1% 부족했다. 김신욱(1m96, 93kg)과 이동국(1m87, 83kg)은 높이와 파워를 앞세워 상대 수비라인을 쉴새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골결정력 부족의 벽은 넘지 못했다. 수차례의 찬스에서 기회를 놓쳤다. 문전에서 볼처리 미숙으로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슈팅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정교한 플레이가 부족했다. 수차례의 찬스에도 둘이 침묵한 것은 옥에 티였다.


수비라인은 불안했다. 전반 28분 역습에서 실점을 허용했다. 신광훈이 뒤에서 침투하는 마유카를 놓쳤다. 후반에도 1~2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했다. 측면의 김형범과 이승기는 빠른 돌파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더 이상 실험은 없다. 또 실전이 기다리고 있다. 최강희호는 다음달 11일 원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승점 6점으로 1위에 올라있다. 2위 이란(승점 4·1승1무)과의 승점 차는 2점이다.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오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분수령이다.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 내년 초 일찌감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룰 수 있다.
안양=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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