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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자기 얼굴에 침뱉는 단장, 암울한 광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8-14 09:50 | 최종수정 2012-08-14 09:50


최근 한 구단 단장은 박병모 광주FC 단장의 충격적인 얘기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박 단장은 몇 개월 전 16개 구단 사장단 모임에서 "광주 좀 이겨달라"며 대놓고 단장들에게 부탁했다. 대부분 단장들은 웃고 넘기려 했다. 그러나 박 단장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고도 진지한 모습이었다는 전언이다.

올시즌 7개 시도민구단들은 그룹B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리그는 26일 30라운드를 끝으로 스플릿시스템이 작동한다. 두 개의 리그로 분리된다. 1~8위 8개팀이 그룹A, 9~16위 8개팀이 그룹B에 포진한다. 우승 다툼을 벌이는 그룹A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다. 반면 그룹B는 강등 경쟁을 펼쳐야 한다. 암울하다.

스플릿시스템 작동까지 세 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노심초사 팀이 이기기만 바라도 시원치 않을 시기에 박 단장은 오히려 팀의 패배를 원하는 것 같다. 박 단장은 왜 축구계에서 이같은 행동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정작 축구단 운영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원 수준을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박 단장은 아직까지 최만희 광주 감독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5월에도 최 감독의 연봉 협상 미결건<5월 9일자 스포츠조선 보도>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광주시는 부랴부랴 연봉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이젠 승리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선수단 관리와 성적 향상에 매진해야 할 감독의 사기를 저하시켜 성적 부진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광주가 7월 아무런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어려운 팀 형편을 고려해 '저비용 고효율' 용병과의 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박 단장은 돈이 없다며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후반기 '비밀병기'로 훈련을 시키다 광주 유니폼을 입히려 했던 A선수는 박 단장의 시간끌기로 다른 시민구단에 내줘야 했다.

최 감독은 개선 의지가 없는 구단의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속으로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박 단장은 선수들의 사기마저도 떨어뜨리고 있다. 좁디 좁은 원룸보다 좀 더 환경이 개선된 숙소 변경 요청도 거부했다. 광주 선수들은 지난해 창단 때부터 2인 1실 원룸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들어가도 꽉 차는 방에 덩치가 큰 2명의 장정들이 살을 맞대며 살고 있다. 소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단열재가 사용되지 않은 창문 탓에 열손실이나 열의 유입이 커 에어컨을 틀어도 방이 시원해지지 않는다.

선수들의 영양 보충 면에서도 박 단장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선수들은 원룸 옆 식당에서 A외식업체를 통해 끼니를 해결한다. 그러나 메뉴가 형편없다.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도 질이 떨어진다. A외식업체의 메뉴 가격보다 싼 한 시민구단의 외식업체에서 제공하는 메뉴가 낫다. 무더운 여름, 잘 먹어야 잘 뛸 수 있다. 선수들의 메뉴 불만은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광주 선수들은 유니폼 후원사 브랜드의 반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 광주는 후원사에 물품을 지원받는다. 3억~4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약정된 후원금액이 초과됐다. 이유는 박 단장의 선심성 선물공세 때문이었다. 후원 금액을 개인적 용도로 쓴 뒤 정작 선수들이 필요한 물품을 결제해야 할 때 딴청만 피우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는 박 단장이 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


강운태 광주 시장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말부터 올림픽이 열린 런던을 찾아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홍보 겸 홍명보호 경기를 지켜봤다. 이쯤되면 강 시장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직접 일을 해결해야 한다.

한편, 박 단장은 "농담이더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부인했다.

스포츠2팀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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