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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사랑. 라라랄라라라라라."
"정이 참 많이 들었던 팀이었어요. 뭉클한 마음에 눈물까지 났어요."
그 주인공은 바로 강원의 전재호. 어째서 인천 서포터스가 상대 팀 선수에게 진정으로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건넸을까. 1979년생, 어느덧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이 선수의 프로 생활을 되짚어보면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오늘 인천 팬들이 걸었던 '03-11 MUNHAK의 추억 고마워 전재호'라는 걸개엔 이런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2003년 인천의 창단부터 지난해 2011년까지, 인천이 지난 시즌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전재호는 인천 팬들과 함께 추억을 써내려갔다. 정이 참 많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팬들 앞에 서 있었던 몇 분 동안 8년이란 세월이 스쳐 갔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전재호와 인천의 동행은 갑작스레 끝을 보이고 말았다. 전재호가 부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되면서 인천을 떠나게 된 것.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이들은 더 이상 한 지붕 아래 함께 울고 웃던 가족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 상대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인천을 잊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진작 오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축구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인천 팬들 앞에서 경기를 뛰며 잘 지내고 있노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이 둥지를 튼 부산에서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석 달 전 5월 19일, 부산이 인천 원정 경기를 나섰을 때에도, 출전 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결국 팀을 옮긴 지 반년이 됐음에도 세 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학범 감독이 강원의 사령탑 자리에 앉으면서 이번엔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때마침 강원 소속으로 치른 네 번째 경기, 인천 원정에서 친정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인천 서포터tm 앞에 짧게나마 다시 서게 됐다. 그는 확성기를 잡았던 그 순간 "8년의 세월이 스쳐 갔어요. 새로웠고요.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고요."고 한다. 그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경기장을 빠져나와 버스로 향하던 중에도 내내 "뭉클했다", "눈물이 났다"를 반복해서 말하곤 했다.
"적응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요."
인천과의 재회를 뒤로 한 전재호의 시선은 다시 강원을 향했다. 부산에서의 아쉬움을 딛고 강원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그라운드를 밟게 된 그다. 전반기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던 탓에 아직은 한창때와 비교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전재호 본인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욕심에 조급해할 법도 하다. 다행히 강원에서의 생활에 대해선 "감독님이 워낙 잘해주시고요. 마음 편하게 해주셔서 적응 잘하고 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오늘 인천전에 패한 강원의 순위는 한 단계 아래인 14위로 떨어졌다. 15, 16위가 강등되는 올 시즌의 제도로 바라봤을 때, 아직 정규리그 3경기에 스플릿 14경기가 남았다고는 하지만 결코 달가운 순위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재호는 "마지막 경기까지, 12월 초까지 가봐야 알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요. 잘 추슬러서 마무리 짓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 있으리라 봐요."라며 희망을 보고 있었다. 김은중과 함께 팀 내 최고참이 된 그가 새로운 가족 강원을 잘 이끌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