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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끝이 춤을 출 때마다 한국 축구 '극일'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또 한 번의 기회 앞에 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과 마주했다. 일본의 공격진은 화려하다. 오쓰 유키(22·묀헨글라드바흐)와 나가이 겐스케(23·나고야 그램퍼스)가 한국전 선봉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전만 해도 돌풍 정도에 그치는 듯 했던 두 선수의 활약은 일본을 4강까지 밀고 올라갔다. 0대0으로 비겼던 온두라스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서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오쓰가 세 골, 나가이가 두 골을 터뜨렸다. 이에 비하면 박주영의 올림픽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5경기에 선발과 교체로 모두 투입이 됐으나, 득점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 헤딩골 단 한 번 뿐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박주영과 마주한 일본의 분위기는 호기롭다. "득점력은 우리가 앞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박주영의 부진을 겨냥한 말이다. 그러나 박주영에게 '일본 킬러'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게 아니다. 상대가 일본이라면 언제나 100% 이상의 힘을 발휘해 왔다. 지난 10경기 동안 박주영을 상대한 일본이지만, 알고도 당했다. 박주영의 일본 수비진 상대 노하우는 충분하다.
이번 일본전이 박주영에게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병역 혜택이다. 자신은 모나코에서 장기체류 자격을 얻어 병역을 10년 연기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동메달이 아니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지난 3월 병역 연기 사실이 드러나면서 A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런던행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적잖은 맘고생을 하던 그를 감싸 안은게 홍명보호다. 스승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의 '병풍'을 자처하면서 박주영을 감싸지 않았다면, 동료와 후배들이 그를 믿고 따르지 않았다면 런던올림픽 4강의 역사에 박주영의 이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런던올림픽 한-일전은 극일 뿐만 아니라 보은의 무대이기도 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