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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었다. 세계 무대에서 3위 자리를 놓고 한-일전이 성사됐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승자에게만 동메달이 돌아가는 외나무다리 혈투다. 패자는 시상대에 서지 못한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꿈꾸고 있다. 일본은 1968년 멕시코대회 동메달 이후 44년 만의 메달을 노리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 한-일전은 긴장감이 극대화 된다. 한 팀은 환희, 다른 한 팀의 좌절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스포츠조선은 결전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1대1 전력을 비교했다. 결과는 박빙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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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은 한 차례씩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은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1<5PK4>1)을 격침시켰다. 일본은 조별리그 1차전, 볼점유율 34대66의 열세속에서 역습 한 방으로 세계 최강 스페인(1대0)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브라질과의 4강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서 3골-2도움을 기록했다. 브라질전에서는 0대3으로 완패했지만 전반 20분까지는 상대를 압도했다. 후반 초반 페널티킥 오심이 없었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일본은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정교한 축구로 4강까지 올랐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났다.
공격력은 일본이 앞섰다. 골결정력에서 한 수위였다. 오쓰 유키(묀헨글라드바흐)와 나가이 겐스케(나고야)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5골을 합작했다. 세트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중앙수비수 요시다 마야(VVV 펜로)의 공중볼 장악 능력도 뛰어나다.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의 경기 운영 능력도 세계적이다. 한국은 변화무쌍한 포지션 이동으로 활로를 뚫지만 역시 빈곤한 결정력에서 일본에 뒤졌다.
중원지배력은 한국이 우세하다. 기성용(셀틱) 박종우(부산) 조합은 홍명보호가 런던올림픽을 통해 만들어낸 히트상품이다. 공수에 걸친 파워에서 일본을 압도한다. 일본은 지나치게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다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공수전환과 경기 운영에서 한국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후방은 일본이 더 튼튼했다.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을 자랑했다.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싱력도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은 김창수(부산)의 부상으로 수비전력이 약화돼 있다.
골키퍼에는 변수가 있다. 일본은 가장 취약한 포지션으로 골키퍼를 꼽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곤다 슈이치(FC도쿄)의 선발 출전이 예상된다. 홍명보호는 안갯속이다. 정성룡(수원)이 영국전에서 어깨를 다쳐 브라질전에 결장했다. 브라질전에서 골문을 지킨 이범영(부산)은 불안했다. 정성룡이 돌아오면 한국이 앞서지만 이범영이 다시 골문을 지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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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베스트11을 맨투맨으로 해부한 결과는 달랐다. 한국이 박빙 우세를 보였다. 역할별로 평점을 매긴 결과 한국은 5명, 일본은 4명이 앞섰다. 2개 매치업에서는 평점이 똑같이 나왔다. 박주영(아스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 박종우, 이른바 중앙라인이 일본의 오쓰, 히가시 게이고(오미야), 오기하라 다카히로, 야마구치 호타루(이상 세레소 오사카)보다 우위를 자랑했다. 오쓰의 상대인 박주영은 골결정력에선 떨어지지만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전술이해도, 슈팅력이 더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성용은 경기운영, 패싱력, 개인기, 스피드, 수비력에서 만점에 가까운 9점을 받으며 오기히라에 앞섰다.
측면은 일본이 지배했다. 왼쪽 윙백 윤석영(전남)이 도쿠나가 유헤이(FC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뿐 김보경(카디프시티)은 나가이, 남태희는 기요타케, 오재석은 사카이 히로키(하노버)에 뒤졌다. 중앙 수비도 열세였다. 김영권은 요시다에 뒤졌고, 황석호(히로시마)는 스즈키 다이스케(니가타)와 동점을 기록했다. 골키퍼 자리는 정성룡이 출전하는 가정하에 곤다에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한-일전은 객관적인 전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수들로 넘쳐난다. 두 팀 모두 체력회복이 급선무다. 무형의 전력인 정신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태극전사들에게는 인생이 걸렸다. 동메달에 목에 거는 순간 병역에서 자유로워진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일본은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나가이, 곤다 등 현재 올림픽대표팀의 주축 세대는 4년 전인 2008년 아시아선수권(19세 이하) 8강전에서 한국에 0대3으로 완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본선에 오른 홍명보호는 이집트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