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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본 축구 두개의 키워드 '실리와 제로톱'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09 02:00 | 최종수정 2012-08-09 08:44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숙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브라질전 경기 장면. 맨체스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 외나무 승부를 펼칠 일본 올림픽대표팀을 설명하려면 두개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실리와 제로톱이다.

공격적인 형태의 성인대표팀과 달리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펼친다. 본선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며 실리축구로 전환했다. 세키즈카 다카시 감독의 전략은 주효했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은 '세계 최강' 스페인을 1대0으로 제압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압박을 강조하지만, 일본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전방에서부터 과감히 압박한다. 공격적인 수비다. 반면 일본은 지역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수비가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을 지키다 더블볼란치와 좌우윙백이 순간적으로 올라가 인터셉트를 한다. 일종의 함정수비인 셈이다. 상대의 공세가 강해지면 뒷문을 더욱 세게 걸어잠근다. 일본은 이 전략으로 8강전까지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수비를 안정시킨 후, 공격으로 전환한다.

공격시에는 제로톱 전술이 눈에 띈다.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없는 일본은 공격형 미드필더 오쓰-나가이-히가시-기요다케가 변화무쌍한 포지션 체인지를 펼친다. 포지션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다. 공격형 미드필더 4인방이 수준급의 개인기량을 지니고 있어 제로톱 구사에 무리가 없다. 이 중 나가이와 오쓰는 공격 전술의 핵이다. 오쓰는 최전방에서 미드필드로 내려와 공격을 조율하며, 나가이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자주 이동한다. 상대 수비가 마크맨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실리와 제로톱을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다. 수비에서는 형태유지가, 공격에서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와의 4강전에서 일본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체력저하의 영향이 컸다. 발이 무뎌지다보니 준비한 전술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수비 전형은 흩어졌고, 공격은 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이 무너진 것은 체력 때문만은 아니다. 멕시코전은 일본 격파를 위한 해법이 담겨 있다. 과감한 돌파다. 멕시코의 좌우날개 파비앙과 아퀴노는 1대1 돌파로 일본 수비를 무너뜨렸다. 함정수비를 펼치기도 전에 지역을 무너뜨렸다. 일본 수비수들의 대인방어 능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지역이 무너지며 공격수와 1대1 상황으로 이어졌고, 1대1 방어 능력 부재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보경, 남태희, 백성동 등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제 몫을 해야 한다.

기성용 박종우 두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과감한 몸싸움으로 체구가 작은 일본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괴롭힐 필요가 있다. 멕시코의 두 수비형 미드필더 살시도와 엔리케스는 피지컬을 앞세워 일본 공격진을 무력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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