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중앙으로 모였다. 원을 만들었다.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끝까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인사했다.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전광판의 찍힌 결과는 상관없었다. '브라질 3-한국 0'
승부가 갈린 것은 관중석이었다. 경기 시작 후 20여분이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흥겨운 삼바리듬이 울려퍼졌다. 4인조 브라질 악단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원칙적으로 경기장 내에는 악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붉은악마와 아리랑 응원단 등 한국팬들도 경기장 입구에서 북과 꽹과리 등을 뺐겼다. 그런데 브라질은 가능했다. 형평성에 어긋났다. 경기 관계자는 "브라질은 퍼미션(허가)을 받았다"고만 짤막하게 답변했다. 어디서 어떻게 하면 퍼미션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경기장에 묘한 삼바리듬이 울려퍼졌다. 한국 수비진들의 리듬은 묘하게 어긋났다. 브라질 선수들은 그 리듬을 타고 드리블했다. 균열이 생겼다. 순식간에 3골을 내주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담담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을 향해 있었다. 홍 감독은 "지금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이후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 경기는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만났다. 얼굴에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패배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대개 완패를 하면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는다. 홍명보호 선수들은 달랐다. 믹스트존에서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했다. 패배의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아프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 아쉬움에 사로잡힐 시간도 없었다. 3일 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야 했다. 상대는 영원한 숙적 일본이었다. 모두 한-일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캡틴 구자철은 "한-일전 각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휴식을 취한 박종우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결승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