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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4강 확정 뒤 홍명보호는 울음바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8-05 12:17


홍명보호가 4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영국 단일팀과 8강전에서 격돌했다. 1대1 무승부 후 승부차기로 승부로 가렸다. 승부차기 끝에 5대4로 승리한 선수들이 마지막 키커 기성용과 함께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20804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누구라고 할 것이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대 초중반의 건장한 사내들이 모인 라커룸이 울음바다가 됐다.

5일 새벽(한국시각) 홍명보호가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에 진출한 직후였다. 선수들은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서로 얼싸안고 눈물부터 흘렸다. 4강을 이룬 것에 대한 감격이었다. 기성용도 한껏 울더니 "아, 너네들이 말한 분위기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라고 했다. 기성용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전에 나서지 못했다. 팀으로서의 끈끈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오재석과 이범영 지동원과도 안으면서 마음을 나누었다. 선수들 모두 그들의 마음고생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범영은 승부차기 선방으로 2010년의 한을 풀었다.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돌입 1분을 남기고 투입됐다. 바로 결승골을 헌납하며 마음에 상처가 됐다. 지동원은 1년간 영국에서 고생이 심했다. 멋진 중거리슛골로 한을 풀었다.

눈물이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였다. 모두가 웃었다. 4강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이기면 결승행과 동시에 군대 면제 혜택을 받는다.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실패도 군대 면제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선수들이 경직되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군대 면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했다. 짓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4강행을 확정짓자마자 나온 '이등병의 편지'에 선수들은 모두 웃었다. 웃으면서 부담감을 털어냈다. 구자철은 "한국 축구만의 동기 부여고 뛰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담은 아니다"고 했다.

같은 시각 맞은편 영국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팀으로 몰려가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영국 선수들은 따로따로 믹스트존으로 나섰다.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들의 말에 그저 기계적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스튜어트 피어스 영국 감독은 "한국은 4강에 진출할만 했다"고 말했다. 주장을 맡은 웨일스의 영웅 라이언 긱스는 "우리가 준비한 것에 비해 한국이 더 준비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 바깥 분위기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달랐다. 분명 아쉬워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묘했다. 잉글랜드의 열혈 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일단 펍 하나를 점령한다. 간판에는 잉글랜드 국기를 내건다. 거기서 술을 마시면서 지나가는 상대팀 팬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시비를 걸곤 한다.

하지만 이 날 카디프는 의외로 조용했다. 평소 주말처럼 즐기는 분위기였다. 팬들 모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한 팬은 "어짜피 축구에서 영국팀이라는 것은 없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급조된 팀일 뿐이다. 내 팀이라고 보기 어렵다. 내 팀은 카디프시티와 웨일스 A대표팀이다"고 설명했다. 피어스 감독도 "앞으로 더 이상 영국팀은 만들어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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