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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고 할 것이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대 초중반의 건장한 사내들이 모인 라커룸이 울음바다가 됐다.
눈물이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였다. 모두가 웃었다. 4강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이기면 결승행과 동시에 군대 면제 혜택을 받는다.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실패도 군대 면제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선수들이 경직되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군대 면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했다. 짓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4강행을 확정짓자마자 나온 '이등병의 편지'에 선수들은 모두 웃었다. 웃으면서 부담감을 털어냈다. 구자철은 "한국 축구만의 동기 부여고 뛰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담은 아니다"고 했다.
경기장 바깥 분위기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달랐다. 분명 아쉬워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묘했다. 잉글랜드의 열혈 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일단 펍 하나를 점령한다. 간판에는 잉글랜드 국기를 내건다. 거기서 술을 마시면서 지나가는 상대팀 팬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시비를 걸곤 한다.
하지만 이 날 카디프는 의외로 조용했다. 평소 주말처럼 즐기는 분위기였다. 팬들 모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한 팬은 "어짜피 축구에서 영국팀이라는 것은 없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급조된 팀일 뿐이다. 내 팀이라고 보기 어렵다. 내 팀은 카디프시티와 웨일스 A대표팀이다"고 설명했다. 피어스 감독도 "앞으로 더 이상 영국팀은 만들어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