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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홍명보호의 날개, 이제는 펼쳐져야 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8-03 02:13 | 최종수정 2012-08-03 08:51


◇김보경이 지난달 29일 영국 코벤트리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 마크를 뚫고 드리블 하고 있다. 코벤트리(영국)=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기대만큼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쓰디 쓴 약이었다고 생각하자. 이제는 날개를 펼칠 때가 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홍명보호가 피하고 싶던 상대를 만났다. 개최국 영국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단일팀을 구성해 조별리그서 2승1무로 1위를 차지했다. 100% 완벽한 조직력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래도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힘이었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덤이다. 객관적인 전력과 분위기에서 한국보다 앞선다. 정면대결이 쉽지 않다. 서서히 상대를 무너뜨리면 된다. 압박과 빠른 발을 이용해 공간을 파고 들어야 한다.

해법은 측면에 있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세 경기서 김보경(23·카디프)을 왼쪽 윙어로 줄곧 기용했다. 오른쪽에서는 남태희(21·레퀴야)와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에게 번갈아 기회를 부여했다. 성적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보경은 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스위스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기는 했으나, 직접 만들어 낸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남태희는 공격 전개 방향 선택에 애를 먹었다. 백성동은 빠른 공격템포 안에서 겉돌았다. 교체카드로 나섰던 지동원(21·선덜랜드)도 어정쩡한 볼 처리가 아쉬웠다.

영국은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세 경기서 드러난 측면공략법은 변화무쌍했다. 라이언 긱스(38·맨유)와 애런 램지(22·아스널), 스콧 싱클레어(23·스완지), 대니 로즈(22·토트넘)가 번갈아 나섰다. 공격 루트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한국의 측면을 흔들면서 힘을 뺄 것이다. 이들이 측면을 휘젓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카드를 내밀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측면을 허물어야 답이 보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이다.

측면이 뚫려야 중앙도 산다. 원톱 박주영(27·아스널)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활용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측면을 흔들면서 수비진의 시야를 분산시켜야 한다. 한 박자 빠른 판단과 움직임, 과감한 돌파로 숨통을 틔여줘야 한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춘 영국이라고 해도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낼 수는 없다. 두들기면 문은 열리기 마련이다.

조별리그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이제는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홍명보호의 윙어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보경은 '박지성의 후계자'로 평가를 받을 만큼 기대를 받는 선수다. 홍 감독의 필승카드이기도 했다. 올림픽팀과 A대표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넘나들며 얻은 경험과 자신감은 큰 재산이다. 영국전은 새 시즌부터 몸을 담게 될 카디프에서 열린다. 홈 팬들 앞에서 치르는 신고식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남태희와 백성동, 지동원 역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재능이 있다.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홍명보 감독의 신뢰는 쭉 이어지고 있다. 믿음의 리더십이다. 부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믿으면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메달권 진입의 관건인 영국전은 '보은'의 무대로 손색이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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