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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가봉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만약 이날 한국이 가봉을 큰 점수차로 이겨 조 1위가 됐다면 한국은 4강전까지 이동 없이 웸블리 구장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고, 8강 상대 역시 올림픽 직전 치른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둔바 있는 세네갈을 상대해야 하는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
골 결정력도 부족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날 가봉을 상대한 홍명보호는 전력적인 측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균형이 잡히지 않은 모습을 다시 한 번 노출했다.
홍명보 감독은 가봉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봤을 때 가봉을 상대로 2골 이상 넣는 것은 어려웠다. 찬스 때 중요한 집중력을 가지고 했으면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지난 두 경기에 비해 선수들 몸이 좋지 않았다."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졸전의 원인으로 밝혔지만 문제는 컨디션만이 아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역대 최상의 멤버로 구성됐다는 홍명보호의 전력적인 문제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박주영, 기성용, 지동원, 구자철, 김보경, 남태희 등 성인대표팀에서도 이미 주축이거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들에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주목하는 유망주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홍명보호가 이처럼 전력적인 불안감을 노출하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홍명보호가 구사하고 있는 축구, 즉 '짝퉁 스페인 축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가봉전을 예로 들자면 이날 경기에서 홍명보호의 모든 선수들은 무척이나 분주하게 플레이를 펼쳤고 보기에 따라서는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가봉 진영 전방에서의 압박도 훌륭했고, 가봉의 최전방 공격수 아우바메앙을 봉쇄하는 일도 철저하게 해냈다. 패스의 정확도는 높았고, 볼 점유율도 높았다.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것도 성공했고, 유효슈팅도 가봉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바쁘기만 했지 실속이 없는 축구를 한 셈이다.
월드컵과 유로를 연거푸 제패한 스페인의 축구를 이야기 할 때 보통 '점유율의 축구'를 이야기 한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비의 안정화를 꾀하고 공격에서는 높은 패스 성공률을 앞세워 상대의 수비라인을 야금야금 분쇄해 나가는 스타일의 축구가 오늘날 세계 최강 스페인 축구다.
홍명보호는 역대 어떤 한국의 대표팀도 해내지 못했던 패스의 정확도와 볼 점유율을 경기 중에 실현시키고 있지만 그와 같은 패스 성공률과 볼 점유율은 대부분 미드필드나 한국의 진영에서 상대 수비진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에 그치고 있을 뿐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찾는 과정이 되질 못하고 있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가도 순간적인 종패스로 상대 수비라인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스페인축구의 공격적인 패스 전개를 가봉전에 나선 홍명보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상대 수비가 밀집해 있을 때 상대 수비벽을 얇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 과단성 있는 중거리 슈팅이나 문전에서 슈팅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좀 더 좋은 위치나 상황을 찾기보다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에서 슈팅으로 연결하는 스페인 축구의 모습을 홍명보호의 공격진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축구에서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그 결과는 무승부에 불과하다.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다면 어떤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 올림픽 도전 역사상 첫 메달을 노리고 있는 홍명보호가 8강전에서 만나야 할 상대는 영국이다. 축구의 종주국이자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한 영국의 유망주들과 라이언 긱스와 같은 전설과도 같은 베테랑들이 힘을 합친 강팀이다. 영국을 넘는다면 그 다음 4강전 상대는 브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상대로 홍명보호가 승리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대표팀이 점유율과 패스 정확도를 중시하는 스페인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면 제대로 된 스페인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특히 공격적인 측면에서 더욱 더 제대로 된 스페인 축구를 구사해야 메달에 대한 희망이 있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