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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가봉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0:45 | 최종수정 2012-08-01 17:52


올림픽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29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시티오브코벤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김보경의 골때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20729 코벤트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d

1승 1무 승점 4점, 멕시코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 밀려 조 2위다. 이제 비기기만 하면 '올림픽 메달'이란 꿈을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일러도 한참 이르다. 비겨도 되는 경기가 가장 어려운 법, 안일한 정신 상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가는 '패배'에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패했을 경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피곤은 극에 달할 터, 그저 깔끔하게 다득점 승리를 챙겨 사흘 뒤에 열릴 8강 대비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서브 선수들도 활용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스위스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조금 더 역동적인 공격 전개를 기대.

스위스전에서의 두 골은 억지로 구겨 넣는, 어쩌다 얻어걸린 게 아니었다. 환상적인 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대체로 알찼다. 활발한 구자철을 꼭짓점으로 삼고, 안정적인 기성용-박종우가 받치는 정삼각형 형태의 중앙은 스위스에 상당한 부담을 가했을 것이다. 패스는 물 흐르듯 흘러갔고, 스위스는 본인들의 진영을 지키기 바빴다.

다만, 측면은 올림픽 (최종)예선, 그리고 직전의 평가전들을 되돌아보면 힘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었다. 두 골 모두 측면에서 시작된 건 맞지만, 이 진영부터 중앙까지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때와는 분명 달랐다. 물론 본선에서 맞붙은 멕시코와 스위스가 이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나왔고, 예상보다 수비적으로 물러난 영향이 컸다. 그렇다고 해서 홍명보호의 특장점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보다 역동적인 공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주영과 구자철이 측면으로 나오는 건 보이는데, 김보경과 남태희가 중앙으로 들어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장면은 드물었다. 이 선수들이 상대의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사이로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패스 줄기의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또, 이런 패턴에 흔들린 상대가 중앙에 편중된 경향을 보일 테고, 그렇다면 윤석영과 김창수에게도 더욱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다득점의 밥상은 이런 식으로 차려지고, 공격수들은 손쉽게 '골'이라는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2. 또 하나의 루트, 세트피스 득점에도 욕심.

홍명보호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무기, 세트피스다. 기성용의 킥에서 시작되는 세트피스 상황, 페널티 박스 안을 들여다볼까. 수비수 김영권과 황석호가 가운데에서 상대 선수들과 함께 경합하며 시선을 분산시키고, 남태희, 구자철, 그리고 박주영이 빈틈으로 돌아들어 가는 움직임을 보인다. 본선 직전 치른 세 차례의 평가전(시리아전, 뉴질랜드전, 세네갈전)에서 총 8골을 뽑은 홍명보호는 그 중 3골(김기희 2골, 박주영1골)로 기록했으니 성공률도 꽤 높았다. 공격이 풀리지 않거나, 상대가 다소 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써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득점 루트다.

여기서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형태를 구사했으면 싶다는 점. 경기를 하다 보면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얻는 횟수가 적지 않은데, 본선 두 경기에서 나온 기성용의 킥은 일정 범위에만 한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로는 골대 쪽으로 바짝 붙여 잘라먹는 패턴도 필요하고, 때로는 길게 넣어줘 돌아가는 동료를 활용하기도 해야 하며, 때로는 아예 후방으로 돌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도 노려야 한다. 또, 패턴의 다양성을 위해 기성용 외 박종우, 김보경 같은 선수들의 킥도 기대해봄 직하다. 매번 같은 루트에 당할 팀들은 그리 많지 않다.


3. 중앙 수비, 조금만 더 안정적이길 소망.

도입부에서 슬쩍 꺼낸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선제 실점을 이른 시점에, 그것도 쉽게, 그리고 어이없게 내줄 경우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3, 4위전 터키전에서 경기 시작과 함께 내준 골을 잠시 떠올려볼 일이다. 또, 득점 직후도 경계해야 한다. 스위스전에서도 선제골 이후 불과 2~3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동점골을 내주며 맥이 쫙 빠지지 않았던가. 김보경이 때마침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기를 꺾어 놓았으니 망정이지, 동점골 이후 살아났을 스위스의 흐름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빌미를 내줄 가능성이 가장 큰 진영은 아무래도 여느 포지션에 비해 발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중앙 수비다. 본선 2경기 1실점이란 수치는 기대 이상이었고, 때때로 측면의 윤석영과 김창수가 중앙을 커버하는 등 내용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또, 황석호도 점차 자신감을 얻어 본인의 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린 가봉은 이번 경기를 이기면 경우의 수를 따져 8강행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 시작부터 악착같이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한 경기, 충분한 대화를 나눠가며 또 한 번의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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