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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없는 유럽 무대에서 단연 그는 독보적인 존재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유로 2012에서도 그는 가장 밝게 빛날 별이었다. 폭발적인 슈팅과 화려한 발재간, 무회전 프리킥에 타점 높은 헤딩까지 뭐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3년 연속 발롱도르(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꺾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각종 대회에서 무려 60골을 터트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유로 2012를 통해 '월드 넘버 원'의 자리를 꿈꿨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뀄다. 포르투갈이 10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아레나 르비프에서 열린 B조 1차전 독일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풀타임 활약했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을 물론, 이렇다할 슈팅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에 철저히 봉쇄당한 그는 "경기 결과가 불공평했다. 우리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리는 독일보다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변명을 늘어 놓았다. 포르투갈은 B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조별예선 통과 조차 불투명해졌다.
호날두가 대표팀,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부진한 이유는 팀 구성과 관계가 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가 최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연계 능력이 뛰어난 포워드와 헌신적인 윙어, 간결한 패스를 구사하는 미드필더와 함께 카운터어택 형태의 공격전술을 펼칠때 최상의 기량을 발휘한다. 맨유, 레알 마드리드 모두 호날두가 마음껏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다르다. 독일전에서 원톱으로 출격한 엘데르 포스티가(레알 사라고사)는 활동량은 많지만 연계능력이 떨어지며, 나니(맨유)는 호날두만큼이나 이기적인 선수다. 라울 메이렐레스(첼시)나 주앙 무팅요(FC포르투)는 좋은 미드필더지만 호날두에게 찬스를 만들어줄 만큼 좋은 패싱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호날두는 대표팀에서 고립된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그에게 달라붙는 찰거머리 수비를 따돌리기란 쉽지 않다.
주장 완장을 찬 호날두의 어깨는 무겁다. 상대의 집중 수비도 그에게 쏠린다. 온갖 파울에 그라운드에 수십차례 쓰러진다. 에이스의 숙명이라지만 이는 독일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역시 같은 전술로 호날두를 고립시킬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가 지네딘 지단(프랑스)이나 호나우두(브라질) 같은 위대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메이저대회에서 성과를 보여야한다. 메시와의 발롱도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유로 2012 트로피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메이저대회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인 듯 하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