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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안정환, '오렌지족' 박경훈 감독을 보고 싶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5-17 11:37 | 최종수정 2012-05-21 08:52


K-리그 홍보대사식에 참석한 안정환.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연예계에 '공약 퍼포먼스'가 유행 중이다. 영화배우 손예진은 '오싹한 연애' 흥행시 관객 앞에서 섹시 댄스를 추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걸그룹' 티아라는 '러비더비'로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하면 지하철을 타겠다는 공약을 수행했다. 수많은 공약들이 성사 여부를 두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약을 통해 일반 팬들에게 어필함은 물론이고, 이미지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어 스타들의 '공약 퍼포먼스'는 계속되고 있다. 축구계도 '공약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팬들을 위해서다.

'댄서' 안정환과 '오렌지족' 박경훈?

K-리그 홍보대사로 임명된 안정환이 포문을 열었다. 안정환은 11일 성남-인천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2라운드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아 하프타임에 "성남에 만원 관중이 들면 신태용 성남 감독님처럼 레슬링복을 입고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신 감독은 2009년 4월 프로 사령탑 데뷔승을 거둔 뒤 붉은색 레슬링복을 입고 엉덩이 춤을 춘 바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이색 공약을 걸었다. 박 감독은 13일 제주-강원전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이 2만명이 들어오면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고 했다. 오렌지색은 제주의 상징이다. 박 감독은 지난 2010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우승을 차지하면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며 아쉽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밖에 제주의 꽃미남 미드필더 송진형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 1만5000명의 관중이 들어서면 치어리더와 함께 춤을 춘다고 했고, 전남의 공격수 이종호는 득점할때마다 팬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내걸겠다고 약속했다.

잇단 공약 퍼포먼스, 왜?

이들이 '공약 퍼포먼스'에 나선 것은 관중 동원을 위해서다. 안정환은 최근 주말을 K-리그와 함께 하고 있다. "매주 한 경기씩이라도 경기장을 찾아 팬들을 찾아 뵐 생각"이라고 밝힌 그는 선수때와 홍보대사로 그라운드에 설때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안정환은 "선수때는 경기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홍보대사로 돌아다니다보니 안 좋은 것만 보이게 된다. 아무래도 관중 동원력이 부족한 것 같다. 외국처럼 많은 관중들이 들어오셔야 K-리그도 발전하고 한국 축구대표팀도 발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도 축구 불모지인 제주에 인기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백발 대신 오렌지색 머리를 한 박 감독의 모습은 선뜻 상상이 가지 않지만, 좋은 축구를 하고 있는 올시즌 더 많은 팬들에게 축구의 맛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불모지 같은 제주에 축구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홈에서 이기고 있어도 잠그는 축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성남팬들을 중심으로 '안정환의 춤을 보자'며 '탄천종합운동장 가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성남은 2006년 수원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이후 지금껏 만원 관중이 없다. 제주팬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2만 관중을 모으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기분 좋은 피드백이다.

K-리그의 흥행코드는 경기력에만 맞춰져 있다. 서울-수원의 '슈퍼매치'가 폭발적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경기 외의 다양한 얘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깃거리는 많을수록 좋다. '공약 퍼포먼스'는 축구장을 찾지 않는 일반 팬들에게도 관심을 줄 수 있다. 안정환이 춤을 추고, 박경훈 감독의 머리가 오렌지색으로 물든 순간, K-리그는 한단계 더 도약한다.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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